한반도 피해가는 태풍, 24개 중 상륙 ‘0’건…74년 만에 네 번째 이례적 기록

2026년 1~8월 전 세계에서 태풍 23건이 발생했지만, 이 중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단 한 건도 없다. 기상청이 2026년 9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 평균 13.5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면서도, 정작 국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이례적인 조합이다. 태풍이 유독 많이 만들어진 해에 정작 상륙은 한 건도 없었던 셈이다.

한눈에 보기

올해 태풍, 평년보다 얼마나 많았나 인포그래픽
올해 태풍, 평년보다 얼마나 많았나 (자료: 기상청 2026-09-02 발표)
  • 2026년 1~8월 전 세계 태풍 23건 발생, 평년(13.5건)의 약 1.7배 (기상청 2026-09-02 발표)
  • 통상 한반도가 영향권에 드는 6월 이후로 좁혀도 18개가 만들어졌지만 전부 우회
  • 1951년 태풍 통계 집계 이후 ‘상륙 0’년은 1988·2009·2025년 세 차례뿐, 2026년이 네 번째로 유력
  • 7월 전국 평균기온 26.8도로 평년(24.6도)보다 2.2도 높았고, 8월 경남 양산은 42.5도로 역대 최고기온 경신
  • 24호 태풍 ‘크로반’은 9월 4일까지 남해상 인근을 지나 5일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 전망

목차

  1. 24개 태풍이 만들어졌는데 왜 하나도 상륙하지 않았나
  2. 74년 통계로 보는 ‘상륙 0’의 희귀성
  3. 태풍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폭염과 가뭄
  4. 가을 태풍이 더 위험한 이유, 루사와 매미가 보여준 것
  5.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것들

24개 태풍이 만들어졌는데 왜 하나도 상륙하지 않았나

'태풍 상륙 0'은 몇 번이나 있었나 인포그래픽
‘태풍 상륙 0’은 몇 번이나 있었나 (자료: 기상청 태풍 통계, 2026-09-02 보도 기준)

2026년 태풍이 유독 많이 발생한 이유는 전 지구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대류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반도 근처로 접근한 태풍들은 하나같이 상륙 전에 방향을 틀었다. 기상청 박지은 예보관은 “태풍은 고기압 중심을 뚫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고 설명했는데, 올여름은 대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 상공을 견고하게 덮고 있었다. 태풍이 지날 길목 자체가 고기압 덩어리로 막혀 있었던 셈이다.

실제 경로를 보면 이 패턴이 반복된다. 지난달 27일 괌 동북쪽 약 2,600km 해상에서 북상한 22호 태풍 ‘아타우’는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꺾지 못하고 일본 동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이틀 뒤 도쿄 동남동쪽 약 3,030km 해상에서 만들어진 23호 태풍 ‘방랑’ 역시 일본 동쪽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했다. 제18호 태풍 ‘사우델’이 북상하던 시점부터 이미 같은 흐름이 감지됐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24호 태풍 ‘크로반’의 세부 경로와 태안 침수 상황은 별도로 다룬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74년 통계로 보는 ‘상륙 0’의 희귀성

한반도 피해가는 태풍, 24개중 상륙 ‘0’ 관련 이미지

한반도에 태풍이 한 건도 상륙하지 않는 해는 통계상 극히 드물다. 1951년 태풍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국내에 직접 상륙하거나 뚜렷한 영향을 미친 태풍이 없었던 해는 1988년, 2009년, 그리고 2025년 단 세 차례뿐이었다. 국내 연평균 태풍 발생 건수가 3.1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도 아니고 두 해 연속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통상적인 확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직전 해인 2025년도 ‘상륙 0’년이었다는 사실이다. 2026년까지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상륙 0’을 기록하게 된다. 아직 태풍철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어서 9월 이후 상황에 따라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9월 2일 시점까지의 흐름만 보면 네 번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낮지 않다.

태풍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폭염과 가뭄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는 동안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폭염과 가뭄이었다. 2026년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6.8도로 평년(24.6도)보다 2.2도 높았고, 8월에는 경남 양산에서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42.5도가 기록됐다. 태풍이 대기를 뒤섞어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다. 비가 그친 뒤에도 폭염이 반복된 배경을 다룬 글에서도 이 이중 고기압 구조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기온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부 지방은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몰고 오는 강수량은 국내 여름철 수자원 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공급이 통째로 빠지면서 저수지·하천 수위 관리에 부담이 커진 상태다.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심화되는 이 구도는 태풍 부재가 단순히 “비 피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을 태풍이 더 위험한 이유, 루사와 매미가 보여준 것

문제는 태풍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시기가 뒤로 밀렸을 가능성이라는 데 있다. 현재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태풍이 한반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급격히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국내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대부분이 실제로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발생한 가을 태풍이었다는 점도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태풍발생 시기사망·실종재산피해
루사 (2002년)8월 말246명5조 1,479억원
매미 (2003년)9월132명4조 2,225억원

두 태풍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뚜렷하다. 둘 다 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발생했고, 피해 규모도 조 단위였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홍진규 교수는 “전 지구 기온 상승으로 태풍 강도는 더 강해질 전망”이라며 “댐 등 수자원 인프라 보강을 통해 가뭄에 대비하는 동시에 교량과 송전망 등 사회 기반 시설이 강풍과 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것들

올해가 ‘상륙 0’으로 최종 마무리될지는 9월 이후 태풍 발생 상황에 달려 있다. 이중 고기압이 약화되는 시점에 태풍이 형성되면 진로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아직 태풍철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독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챙겨보는 편이 좋다. 하나는 거주 지역 저수지·하천의 가뭄 대응 단계로, 지자체별로 제한급수나 취수원 조정 여부가 공지되므로 지역 재난안전 채널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9~10월 사이 새로 발생하는 태풍 소식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태풍이 예보 발표 이후에도 단기간에 강도가 바뀔 수 있으므로 접근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기상청 특보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올해 태풍이 유독 많이 발생했는데 왜 한반도엔 오지 않았나요? A. 태풍이 많이 만들어진 것과 한반도 상륙 여부는 별개 문제입니다. 2026년은 대기 상층 티베트고기압과 하층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태풍이 고기압 중심을 뚫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Q. 2026년이 ‘상륙 0’으로 끝나면 몇 번째 기록인가요? A. 1951년 태풍 통계 집계 이후 네 번째 기록이 됩니다. 앞선 세 번은 1988년, 2009년, 2025년이었고, 특히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전 세 사례와는 다른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Q. 태풍이 없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A. 단기적으로는 직접 피해가 없어 보이지만, 태풍이 공급하던 여름철 강수와 대기 순환이 사라지면서 폭염과 가뭄이 심화됩니다. 게다가 높아진 해수면 온도가 그대로 유지된 채 가을 태풍이 접근하면 오히려 강도가 급격히 세질 위험이 있습니다.

Q. 24호 태풍 ‘크로반’은 한반도에 영향을 주나요? A. 크로반은 9월 4일까지 남해상 방향으로 이동하다 5일 방향을 틀어 일본 남해상으로 진출할 전망으로, 직접 상륙보다는 제주 먼 바다와 남해 풍랑에 영향을 주는 수준입니다. 세부 경로와 태안 침수 상황은 별도로 정리한 글에서 다뤘습니다.

Q. 앞으로 남은 태풍철에 상륙 가능성은 있나요? A.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중 고기압 구조가 약화되는 시점에 태풍이 형성되면 진로가 바뀔 수 있어, 9~10월 상황은 별도로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며

2026년은 태풍이 평년의 1.7배 가까이 만들어졌음에도 한반도 상륙은 0건이라는, 통계상 74년 만에 네 번째뿐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이라는 점에서 우연이라기보다 이중 고기압이라는 뚜렷한 구조적 원인이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다만 이 조용함이 폭염과 가뭄이라는 대가를 이미 치르고 있고, 해수면 온도가 높은 채로 가을 태풍철에 접어드는 만큼 루사·매미급 피해의 재현 가능성도 함께 열려 있다. 9월 이후 새로 발생하는 태풍의 진로를 그 어느 해보다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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