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로봇과 인간 격투, 누가 이겼고 왜 중단 명령을 받았나

약 11분 읽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간 대 로봇’ 격투 경기의 주최사 REK에 즉각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승인 없이 인간이 포함된 격투기 경기를 연 것이 경범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경기 결과는 조선일보 보도 기준으로 유튜버 프랭키 라페나의 2승 1패였다(조선일보). 세계일보는 ‘완패’로 전해, 두 보도는 아래에서 비교한다. REK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지만, 인간과 로봇이 맞붙는 경기는 다시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중앙일보).

출전 로봇 중 하나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살인 로봇 ‘T800’의 이름과 외형을 본뜬 로봇이었다. 이 로봇이 사람에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안전성과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쟁점은 사람끼리의 격투를 관리하는 기존 규정이 로봇과 사람의 경기에도 적용되느냐다.

경기 날짜는 중앙일보·연합뉴스·조선일보가 모두 ‘지난달 18일’(현지시간)로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경기가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8일(현지시간) 나왔다. 체육위원회가 언제 서한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연합뉴스는 NYT 보도를 인용해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도 켄 골드버그 UC버클리 교수의 발언을 NYT에 한 말로 소개했다. 아래에서는 매체마다 경기 결과를 어떻게 전했는지, 로봇을 실제로 누가 움직였는지, 당국과 주최사가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를 차례로 정리한다.

누가 이겼나: 조선일보는 ‘2승 1패’, 세계일보는 ‘완패’로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키 167㎝·92㎏의 유튜버 프랭키 라페나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3종과 차례로 맞붙어 2승 1패를 거뒀다(조선일보). 이 신문은 라페나의 아마추어 경기 경험이 4번이라고 소개했다.

상대(제조사)조선일보가 전한 사양·가격조선일보가 전한 결과
첫 상대: G1(중국 유니트리)키 132㎝, 무게 35㎏, 1만3500달러라페나의 날아차기에 쓰러짐
두 번째: T800 ‘터미네이터’(중국 엔진AI)터미네이터 머리 모양으로 개조, 10만달러2분여 만에 라페나의 몸통 밀기에 쓰러짐
마지막: H2(중국 유니트리)‘프레데터’처럼 머리 개조, 2만9900달러연속 경기로 지친 라페나가 녹다운됨

조선일보가 제목에 쓴 ‘발차기 한방’은 이 신문이 전한 두 번째 경기에서 나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T800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던 라페나가 거리를 두고 발차기를 피하며 몸통을 노리는 쪽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 서술대로라면 화제가 된 한 방은 그 판의 마지막이 아니라 중간 장면이었다(이 글의 정리).

라페나는 “로봇은 지치지 않는다. 쓰러져도 계속 일어난다”고 했다(조선일보). 중앙일보도 공개된 영상에서 라페나가 로봇을 여러 차례 넘어뜨리는 등 대체로 우세했고, 로봇은 쓰러진 직후 다시 일어났지만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느렸다고 전했다(중앙일보).

결과를 다르게 전한 보도도 있다. 세계일보는 9월 27일 보도에서 라페나가 휴머노이드 로봇 ‘렉봇(Rekbot)’과 맞붙어 마지막 공격에 크게 튕겨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완패했다’고 썼다(세계일보).

세계일보 기사는 로봇 한 대와 겨룬 장면을 묘사했고, 조선일보는 세 경기를 차례로 전했다. 어느 경기를 기준으로 요약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전해졌을 수 있다는 것은 이 글의 해석이다. 세계일보는 렉봇을 약 1.8m 높이로 소개했지만, 렉봇이 세 로봇 가운데 어느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봇은 스스로 싸우지 않았다: 사람이 VR 장비로 원격 조종했다

원격 조종 구조: 조종자가 VR 장비로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을 나타낸 개념 일러스트
본문 내용을 정리한 개념도 · AI 생성

중앙일보·연합뉴스·조선일보는 모두 이 경기의 로봇을 사람이 가상현실(VR) 장비로 조종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로봇들이 인공지능(AI)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썼고, 조선일보는 ‘닉’으로 알려진 전문가가 세 로봇을 원격 조종했다고 소개했다(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아직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준은 되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는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로봇이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모습이 우려를 샀다고 전했다(연합뉴스).

boutlet은 로봇 내부의 인공지능이 타격을 받았을 때 균형을 잡는 보조 제어 기능만 수행했다고 전했다(boutlet).

중앙일보에 따르면 T800은 키 약 183㎝, 무게 90㎏에 강철 골격과 해골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갖췄고, 발차기 힘은 385㎏에 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중앙일보). 조선일보도 숫자는 385로 적었지만 단위는 ‘385㎏중’으로 표기했다. 두 기사가 같은 측정값을 옮긴 것인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측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원격 조종이라는 사실은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이 글의 해석).

  • 보도대로라면 이번 경기의 공격 동작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낸 것이 아니라 원격 조종을 거쳐 나왔다.
  • ‘살인 로봇이 현실이 됐다’는 식의 연상과 실제 작동 방식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 위험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골드버그 교수는 로봇이 주먹을 날리도록 프로그램되는 경우를 가정해, 인간이 거기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숫자는 보도마다 조금씩 다르다: 키, 조회 수, 관중 규모

같은 경기를 다룬 기사라도 수치가 조금씩 다르다. 아래 표는 각 매체가 적은 값을 그대로 옮겼다.

항목매체보도된 값
T800 키중앙일보약 183㎝
T800 키조선일보182㎝(라페나보다 15㎝ 큼)
‘렉봇’ 높이세계일보약 1.8m
유튜브 조회 수연합뉴스누적 59만 회
유튜브 조회 수중앙일보60만회 넘어섬
유튜브 조회 수조선일보누적 66만회
현장 관중중앙일보초청된 관중 약 100명
현장 관중조선일보100여 명

표를 읽을 때는 다음을 염두에 둔다.

  • 키: 1㎝ 차이는 이 글의 결론을 바꾸지 않는 수준이다.
  • 조회 수: 연합뉴스는 누적 59만 회, 중앙일보는 60만회를 넘어섰다고, 조선일보는 누적 66만회로 적었다. 집계 시점이 달랐을 수 있다는 것은 이 글의 해석이며, 현재 값은 영상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 세계일보의 조회 수: 세계일보는 경기 영상이 ‘수천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썼다. 다른 세 매체가 전한 값과 차이가 너무 커서 이 글은 이 수치를 판단 근거로 쓰지 않는다.
  • 관중: 중앙일보는 ‘초청된 관중 약 100명’, 조선일보는 100여 명으로 적었다. 입장권을 따로 판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REK는 이 경기 영상이 회사가 온라인에 공개한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중앙일보).

당국과 주최사는 ‘사람이 참여하는 경기’와 ‘사람 간 대결’ 사이에서 맞선다

규제 범위를 두고 맞선 두 입장을 나타낸 개념 일러스트
본문 내용을 정리한 개념도 · AI 생성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프로·아마추어 복싱과 킥복싱, 종합격투기(MMA)를 관리하는 기관이다(중앙일보). 매체들은 양측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 체육위원회(중앙일보 보도): 사람이 참여하는 격투 경기나 시범 행사를 열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행사를 홍보·개최하거나 참여하는 행위는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체육위원회(연합뉴스·조선일보 보도): 승인 없이 인간이 포함된 격투기 경기를 연 것은 경범죄라며 즉각 중단 명령을 내렸다.
  • REK(식스 리브 CEO): 법률상 격투 시합은 사람 간 대결로 규정돼 있어 인간과 로봇의 경기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당국의 서한을 SNS에 공개했다.
  • 조선일보가 전한 리브 CEO 발언: “로봇과 사람의 대결을 금지한 규제는 없다”(조선일보).

두 입장은 같은 경기를 두고 서로 다른 지점에 무게를 둔다. 위원회는 ‘사람이 참여한다’는 점을, REK는 ‘사람 간’ 대결이라는 정의를 앞세운다. 이는 이 글의 해석이며,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 가린 법원 판단이나 실제 처분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매체 표현에도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는 위원회가 ‘행사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썼고, 연합뉴스와 조선일보는 ‘즉각 중단 명령’으로 전했다. 경범죄 여부도 중앙일보는 ‘해당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해당한다’로 적었다.

이해관계자별로 걸린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주최사: 위원회 입장대로라면 무허가 홍보·개최가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 참가자: 중앙일보가 전한 위원회 입장에는 ‘참여하는 행위’도 들어 있다.
  • 로봇 제조사: 조선일보에 따르면 세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와 엔진AI 제품이다. boutlet은 T800 제조사가 로봇의 고속 제어와 물리 안정성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참가한 실험적 이벤트였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지만, 제조사의 원발언은 확인되지 않았다(boutlet).

안전 우려: 손 부상, 면책 동의서, 그리고 전문가의 경고

라페나는 로봇의 금속 몸체를 주먹으로 때리다 손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중앙일보). 연합뉴스도 라페나가 로봇을 때리다가 손을 다쳤다고 전했다. boutlet은 ‘가벼운 손 부상’에 그쳤다고 썼지만(boutlet), 라페나나 주최 측이 밝힌 부상 정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T800의 발차기를 맞은 라페나가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고 묘사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라페나는 헬멧과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팔각형 철창에 들어섰다.

중앙일보는 라페나가 경기에 앞서 사망하더라도 주최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책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사람들이 로봇에 두려움과 좌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영상에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은 인간이 로봇의 기어박스를 걷어차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동시에 골드버그 교수는 “실상 로봇이 주먹을 날리도록 프로그램되면 (인간은) 거기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리브 CEO는 “누구도 다치지 않고 유혈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종합격투기를 대중화하겠다”며 휴머노이드끼리 싸우는 새로운 스포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중앙일보). 중앙일보 보도에서 이 발언은 휴머노이드끼리의 새 스포츠를 설명하는 대목에 붙어 있다.

그래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 방식을 목표로 내세운 것과 사람 참가자가 손을 다쳤다는 보도는 나란히 놓고 읽을 만하다(이 글의 해석).

REK의 다음 계획: 인간 대 로봇은 접고, 칼날 단 로봇 대결을 예고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REK는 인간 대 로봇 경기를 다시 열지 않는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칼날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끼리 격투를 벌이는 새로운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조선일보도 REK가 “앞으로 인간과 로봇 대결은 안 하겠다”고 밝히고, 칼날 등 무기를 장착한 로봇 간 격투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조선일보).

주최 측은 이번 대결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 행사”라고 했다(조선일보).

로봇끼리의 격투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끼리 격투하는 대회가 열렸다. 또 항저우에서 열린 2025년 세계 로봇 대회에서는 비전문가 인플루언서들이 유니트리 G1 로봇을 실시간으로 조종해 로봇끼리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세계일보).

REK가 밝힌 것은 사람과 로봇이 직접 맞붙는 경기에서 로봇끼리 맞붙는 경기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 형식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새 행사의 날짜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 소식에서 확인할 것: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

  1. 당국 문서: 위원회가 보낸 것이 ‘요구’인지 ‘명령’인지, 언제 보냈는지 확인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리브 CEO가 서한을 SNS에 공개했으니, 후속 보도가 서한 원문을 인용했는지 본다.
  2. 처분 여부: 중단 요구·명령이 기소나 벌금 같은 실제 절차로 이어졌는지, 주최사와 참가자 중 누구에게 적용됐는지 본다.
  3. 작동 방식과 조종자: 이번 경기는 VR 원격 조종으로 보도됐다. 후속 경기가 원격 조종인지 자율 작동인지, ‘닉’으로 알려진 조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다.
  4. 수치의 출처: 발차기 힘을 누가 어떻게 측정했는지, 조회 수가 언제를 기준으로 했는지 본다.
  5. 세계일보 보도의 기준: ‘렉봇’이 세 로봇 중 어느 것인지, ‘완패’와 ‘수천만회’가 무엇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지 확인한다.
  6. 부상과 제조사 입장: 라페나의 손 부상 정도와 유니트리·엔진AI의 직접 입장이 나왔는지 본다.
  7. 새 행사의 형식: 칼날 로봇 대회의 날짜가 나왔는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지, 위원회가 이 형식에 입장을 냈는지 확인한다.

참고 자료

블로그 네클이 함께 운영하는 무료 서비스

접속 - | 오늘 - | 어제 - | 전체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