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주장을 음모로 몰아붙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아들이, 정작 AI 붐의 수혜 산업에 광범위하게 투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재집권 후 공개된 약 3만 건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보도한 내용으로, 머니투데이는 델과 마이크론, GE버노바 등 AI 인프라 공급 기업 주식이 그 목록에 있었다고 전했다.
쟁점은 금액이 아니라 위치다. AI 규제와 지원 정책은 관련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그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자산이 같은 산업에 걸려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따르던 관행 대신 장남이 수탁자로 있는 신탁에 자산을 맡기고 있다고 헤럴드경제는 전했다.
백악관은 독립적인 운용사가 투자를 담당해 대통령과 가족은 투자 내역이나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부인했다. 아래에서는 국내 보도가 전한 투자 내역을 주체별로 정리하고, 그 부인이 어디까지를 다뤘는지, 세 국내 매체의 서술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24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까지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지를 나눠 본다.
새로 나온 것은 발언이 아니라 거래 목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속도조절론을 일축해 왔다는 사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번 보도가 더한 것은 그 발언 옆에 놓인 거래 목록이다.
거래 목록에 오른 기업은 종합 정보기술(IT) 인프라 업체 델 테크놀로지스,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마이크론, 에너지 장비 업체 GE 버노바 등으로 모두 AI 붐으로 혜택을 본 종목이라고 경향신문은 설명했다.
여기서 매체 서술이 한 번 갈린다.
- 헤럴드경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의 주식도 사들였다며 브로드컴·텍사스 인스트루먼트·크레도 테크놀로지·슈퍼마이크로컴퓨터를 들었다.
- 머니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기준 브로드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 한쪽은 매수 행위를, 다른 쪽은 특정 시점의 보유 사실을 말한다. 기업 이름이 겹친다고 같은 내용으로 읽으면 안 된다.
AI 분야 외의 투자 논란도 함께 거론됐다. 경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방산·에너지 주식을 사고팔면서 최대 440만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수입을 최소 23억달러로 추산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설명은 시장 덕분이라는 쪽이다. 그는 지난해 20억 달러가 넘는 소득의 배경으로 금융시장 호황을 꼽으며 "수익을 내는 이유는 주식 시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머니투데이는 전했다.
대통령·두 아들·일가 기업, 세 갈래로 나눠야 보인다


'트럼프 일가'로 뭉뚱그리면 무엇이 누구의 결정인지 흐려진다. 보도에 등장한 연결고리를 주체별로 나누면 이렇다.
| 주체 | 보도된 AI 관련 연결고리 | 전한 매체 |
|---|---|---|
| 트럼프 대통령 | 델·마이크론·GE버노바 등이 포함된 거래 목록 | 경향·머니투데이·헤럴드 |
| 트럼프 대통령 | 7월 기준 브로드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슈퍼마이크로컴퓨터 보유 | 머니투데이 |
|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 1789캐피털 파트너,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겨냥 12억달러 펀드 | 경향·머니투데이·헤럴드 |
| 1789캐피털 | 퍼플렉시티·xAI 투자 | 경향·머니투데이 |
| 1789캐피털 | 세레브라스시스템스 투자 | 머니투데이 |
| 에릭 트럼프 | 아메리칸벤처스, 위성 데이터를 AI로 처리하는 스페이스-아이즈 등 | 머니투데이 |
| 두 아들 공동 | 아메리칸데이터센터 출범, 이후 아메리칸비트코인과 합병 | 머니투데이 |
| 트럼프 미디어(TMTG) | TAE 테크놀로지스와의 합병 | 경향·머니투데이(헤럴드는 사명 없이 보도) |
대통령의 증권 거래와 두 아들의 투자회사 활동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뒤에서 보듯 백악관 성명이 다룬 것도 대통령의 투자 운용에 한정돼 있다.
암호화폐 쪽 연결고리도 같이 보도됐다. 머니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두 아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의 아들들과 함께 설립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을 통해 5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이 회사가 다양한 AI 모델 접근권을 제공하는 홍콩 기업 월드클로와 협력해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월드클로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로 지목한 중국 기업들의 모델에 대한 접근권도 제공한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 측은 월드클로의 제품 관련 결정을 통제하지 않으며, 월드클로가 미국 내 사용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논란의 실제 쟁점은 '백지신탁'이다
헤럴드경제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산을 백지신탁하는 관행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이 수탁자로 있는 신탁에 자산을 맡기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를 아들이 관리하는 신탁으로 표현했다.
지적의 초점은 구조다. 경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고 적었고, 헤럴드경제는 개별 주식의 거래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부윤리청 국장 대행을 지낸 돈 폭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이해 충돌 관련 규정이 생긴 후 이런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인용된 기사 어디에도 대통령이 특정 거래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 제기된 것은 그럴 여지가 남은 구조와 그것이 정책 결정과 맞물린다는 지적이며, 둘을 같은 말로 읽는 것은 해석의 비약이다.
백악관은 무엇을 부인했고, 성명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백악관 성명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운용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가족 구성원 누구도 투자 내역이나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머니투데이·헤럴드경제). 경향신문은 백악관이 대통령의 자산이 컴퓨터 기반의 자동화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운용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이 닿는 범위를 나눠 보면 이렇다.
- 부인한 것: 대통령과 가족이 투자 내역이나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 설명한 것: 운용 주체가 독립적 운용사이며, 자동화 모델 포트폴리오로 굴린다는 것.
- 이들 기사에 나오지 않는 것: 두 아들의 벤처캐피털 투자와 일가 기업의 AI·에너지 사업 확장에 대한 백악관의 설명.
세 번째 항목은 백악관이 그 부분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인용된 국내 기사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13일 발언부터 24일 회담까지 무엇이 있었나
| 시점(현지시간) | 확인된 내용 | 출처 |
|---|---|---|
| 13일 | 아일랜드 둔베그 골프장 문답에서 "AI(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에 나는 이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 | 연합뉴스 |
| 14일 | 소셜미디어에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다" | 경향신문 |
| 20일 | WP, 트럼프 일가의 AI 관련 투자 내역 보도 | 머니투데이·헤럴드경제 |
| 24일(예정) |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 AI 위험관리가 중대 의제 | 연합뉴스 |
표의 날짜는 모두 현지시간 기준 사건일이며, 국내 기사 게재일과는 다르다. 13일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각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부각하는 부정적 세력이 너무 많다고도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경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인 서밋' 포럼에 참여 중이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전화를 걸어 AI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고도 전했는데, 통화 날짜는 해당 기사에 적혀 있지 않아 연표에는 넣지 않았다.
헤럴드경제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앞두고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강조해 대중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기사에 소개된 분석이지 확인된 동기는 아니다.
한국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사령부를 창설한 것과 마찬가지로 AI군을 창설할 것이라며, 이를 총괄하는 'AI 차르'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발언 시점은 기사에 '전날'로만 적혀 있어 정확한 날짜는 확인되지 않는다.
속도조절 반대는 트럼프 진영 안에서도 한목소리가 아니다
- 매일경제 특파원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비판한 직후 스티브 배넌이 워싱턴DC에서 열린 친인간총회에서 AI 규제론을 주장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 행정부 내부도 갈린다. 연합뉴스는 블룸버그를 인용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숀 케언크로스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이 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을 지지하는 반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그룹은 규제가 혁신을 저해해 중국의 추월을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 업계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xAI 설립자 등이 AI 발전 속도가 주요 연구소들의 통제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머니투데이).
- 민주당은 AI 안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의회에 연방 차원의 AI 감독기구 설립도 촉구했다고 경향신문 9월 15일 자 기사는 전했다.
다만 논란이 곧 입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합뉴스는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AI 모델을 즉시 중단시키는 킬 스위치 의무화를 포함한 관련 입법들이 실질적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같은 WP 보도를 옮긴 기사들이 갈라지는 네 대목
경향신문·머니투데이·헤럴드경제는 모두 투자 내역을 전하면서 WP의 20일 보도를 인용한다. 국내 기사 수가 많다고 해서 확인의 층이 두꺼워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항목 | 경향신문 | 머니투데이 | 헤럴드경제 |
|---|---|---|---|
| 약 3만 건 서술 | 대통령이 취임 후 한 증권 거래 | 재집권 후 공개된 약 3만 건 분석, 대통령과 두 아들의 매수를 보도 | 재집권 이후 공개된 주식 거래 내역 |
| TMTG–TAE | 원자력발전 관련 업체, 합병 추진 중 | 핵융합 발전 기업, 합병 발표 | 원자력발전소 개발 회사, 합병했다 |
| 12억달러 환산 | 약 1조6550억원 | 환산 없음 | 약 1조7000억원 |
| 브로드컴 등 | 언급 없음 | 7월 기준 보유 | 주가 하락 후 매수 |
TMTG와 TAE 테크놀로지스 건은 합병의 단계와 회사 성격에 대한 서술이 매체마다 다르다. 어느 쪽이 정확한지는 이들 기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금부터 확인할 수 있는 것
- 금액은 달러 원액으로 본다. 같은 12억달러가 경향신문에서는 약 1조6550억원, 헤럴드경제에서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적혔다.
- 위 비교표의 대목들처럼 보유 목록과 매매 내역, 기업 결합의 추진·발표·완료 단계를 구분해 읽는다.
- 24일로 예정된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의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본다. 연합뉴스는 이를 중대 의제로 짚었다.
- 'AI 차르' 발표 여부를 확인한다. 한국일보 보도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힌 사안이다.
관련 글: 트럼프의 AI 속도조절론 거부, 9월 24일 미중 정상회담까지 무엇을 봐야 하나
아직 답이 없는 질문들
- 거래 범위는 재집권 이후로 보도됐지만, 정확한 분석 시작·종료일과 거래 총액, 종목별 매매 규모·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 대통령이 개별 거래에 실제로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관여를 부인했고, 이를 반박하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 TMTG와 TAE 테크놀로지스의 결합이 어느 단계인지, 어떤 업종의 회사인지 서술이 엇갈린다.
- 1789캐피털 12억달러 펀드의 집행 현황과 개별 투자 금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 두 아들이 출범시킨 아메리칸데이터센터의 이후 사업 현황은 아메리칸비트코인과의 합병 사실 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 AI군 창설과 'AI 차르' 임명이 언제 어떤 형태로 추진되는지는 아직 발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자료
- 머니투데이 · "속도조절론은 사기" AI 띄운 진짜 이유?…트럼프家 AI 기업 주식 싹쓸이
- 헤럴드경제 · AI 속도조절은 '안돼'라더니…트럼프 父子, 반도체·데이터센터에 거액 베팅
- 경향신문 · 트럼프 일가의 AI 관련 투자와 이해충돌 논란 보도
- 한국일보 · 'AI 속도조절 반대' 트럼프, 반도체·데이터센터 거액 투자
- 매일경제 · 특파원칼럼 "AI 속도 줄여야" 트럼프 막아선 MAGA
- 연합뉴스 · 'AI 속도조절론' 못마땅한 트럼프…中 추격 속 '죄수의 딜레마'
- 연합뉴스 · 트럼프, AI 속도조절론에 "부정적 세력…AI경쟁 승리 방식 유지"
- 경향신문 · 트럼프의 AI 속도조절론 공격과 민주당 대응(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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