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계기로 과제 구조를 바꾸고, 임무 중심 연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박세웅 원장은 2026년 9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자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돌려주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아이뉴스24
이번 발표를 읽을 때 검증해야 할 통념은 ‘PBS 비중을 낮추면 연구 몰입도 자연히 높아진다’는 생각이다. 이 글의 해석은 사업 구조 전환과 연구시간 개선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이 제시한 것은 개편 방향이며, 행정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는 이번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이유는 연구 분야의 선택, 과제 규모, 연구자의 자율성, 산업화 목표를 함께 바꾸겠다는 구상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현재 수치와 목표치를 나누고, 연구자와 협력기관이 어떤 실행 조건을 확인해야 할지 살펴본다. 동아사이언스
PBS 축소 목표는 연구시간 증가율을 뜻하지 않는다

동아사이언스는 ETRI가 제시한 사업 구조를 2026년 임무형 기본사업 22%, 수탁사업 78%에서 2030년 임무형 연구 90%, 중요·필수 수탁연구 10% 수준으로 전환하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구조와 미래 목표를 나란히 놓은 수치다. 동아사이언스
| 구분 | 2026년 기준 구조 | 2030년 목표 |
|---|---|---|
| 임무형 사업·연구 | 임무형 기본사업 22% | 임무형 연구 90% |
| 수탁사업·연구 | 수탁사업 78% | 중요·필수 수탁연구 10% 수준 |
표의 명칭과 수치는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른다. 사업 구분의 표현도 보도대로 적었다. 동아사이언스
한편 조선비즈는 현재 PBS 방식 연구 비중을 80% 수준, 2030년 목표를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뉴스24도 박 원장의 발언을 통해 PBS 비중을 2030년 1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조선비즈 · 아이뉴스24
여기서는 ‘수탁사업’과 ‘PBS 방식 연구’가 정확히 같은 산정 범위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수치의 차이를 임의로 반올림 차이라고 설명하거나, ‘10% 수준’과 ‘10% 미만’을 하나의 확정 수치로 합칠 수 없다. 재편의 방향은 읽을 수 있지만 정밀한 비율 비교에는 사업 분류와 산정 기준이 더 필요하다.
또 임무형 연구 비중이 높아진다는 목표를 연구자의 근무시간 중 연구에 쓰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업 구성과 개인의 시간 배분이 다른 지표라는 해석이다. 어느 사업으로 옮겼는지와 그 사업에서 제안서·보고서 부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PBS 폐지를 계기로 한다는 설명 역시 ETRI의 수탁연구가 전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동아사이언스가 전한 목표에는 중요·필수 수탁연구가 남아 있다. 남길 과제를 어떤 기준으로 고를지, 기관의 장기 임무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실행 단계의 질문이다. 동아사이언스
연구시간 37%는 문제의 출발점이며 개선 성과는 아니다
조선비즈는 내부 조사에서 연구원이 실제 연구에 사용하는 시간이 전체 근무시간의 37%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박 원장은 나머지 63%를 연구 외 행정·부수 업무 부담으로 설명하며 과제 제안서와 보고서 작성을 예로 들었다. 조선비즈 · 아이뉴스24
이 수치는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조사 대상, 조사 기간, 연구시간의 정의와 측정 방식은 해당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모든 연구자의 동일한 일과로 일반화하거나, 행정 업무를 줄이면 그 시간이 전부 연구로 전환된다고 계산할 근거는 없다.
박 원장이 제시한 과거 과제 구조는 다음과 같다. 모두 원장의 설명이며, 개편 이후의 운영 실적은 아니다.
‘생계형 영업사원’이라는 표현은 박 원장이 기존 ETRI 연구자들에게 제기됐던 비판을 소개하면서 쓴 말이다. 연구자 개개인의 태도를 검증한 평가로 옮겨서는 안 된다. 동아사이언스는 국가에 필요한 장기 연구보다 과제를 확보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는 지적과 함께 이 발언을 전했다. 동아사이언스
개편의 논리는 작은 과제를 여러 개 확보하던 구조에서 더 규모 있고 임무 중심적인 연구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아이뉴스24는 이를 연구기관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대형 연구를 기획하고 연구자가 연구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아이뉴스24
이 글의 해석으로는 과제 규모 확대의 효과를 판단할 핵심은 총액보다 업무 절차다. 과제가 커진 뒤에도 연구자에게 요구하는 제안서, 보고서, 대외 대응이 그대로라면 사업 구조 변화만으로 몰입 개선을 입증할 수 없다. 실제로 어떤 업무를 줄이거나 다른 주체가 맡는지, 같은 기준으로 측정한 연구시간이 달라지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 분야는 줄이되 불확실한 미래 연구의 여지는 남긴다

조선비즈가 전한 중점 분야는 AI, 피지컬 AI, 입체통신, 공간컴퓨팅, AI와 디지털융합(ADX) 등 5개다. ETRI는 새 역할과 책임에도 이 분야들과 함께 기술전략·정책, 사업화, 지역 활성화를 담았다. 조선비즈
분야 명칭은 보도마다 일부 다르다. 동아사이언스는 ‘공간결합’, ‘AI디지털전환(ADX)’으로 적었다. 이 글에서는 위 목록을 조선비즈의 표현으로 한정한다. 명칭 차이만으로 서로 다른 사업이라고 단정하거나, 모두 같은 범위라고 정리할 수는 없다. 동아사이언스
축소 방침에도 조건이 있다. 조선비즈 보도를 나누어 읽으면 다음과 같다.
- 향후 발전성이 낮거나 연구비 비율이 3% 미만인 분야는 줄일 방침이다. 조선비즈
- 미래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불확실한 분야는 기본연구 형태로 이어갈 계획이다. 조선비즈
- 자율주행은 박 원장이 축소 방향을 설명하며 거론한 사례다. 조선비즈
여기서 발전성이 낮다는 판단은 기관장의 연구전략상 평가다. 자율주행 기술 전체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사실로 확대할 수 없다. 해당 분야의 모든 과제가 종료됐다는 결과나 개별 과제의 종료 일정도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다.
이 글의 해석으로는 ‘선택과 집중’의 성격은 축소 기준과 미래 연구의 유지 기준을 함께 봐야 드러난다. 당장 불확실한 연구를 모두 정리하는 구상이라면 탐색의 여지가 줄겠지만, 발표에는 기본연구로 이어갈 계획도 포함돼 있다. 아직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축소 대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연구자나 협력기관은 분야 이름만으로 자신의 과제 상태를 판단하기보다, 해당 과제가 어떤 분류로 옮겨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축소’, ‘통폐합’, ‘기본연구로 유지’는 서로 다른 실행 방식이다. 이는 발표를 실제 과제에 적용할 때의 확인 기준이며, 개별 과제의 처분이 정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피지컬 AI는 로봇의 몸체보다 판단과 학습에 초점을 둔다
아이뉴스24는 ETRI가 로봇 몸체 자체보다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지능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중국 로봇업체 방문 경험을 소개하며 기계적 발전과 사람·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뉴스24
이 평가는 박 원장의 현장 관찰과 판단이다. 동일한 시험 조건에서 국가별 로봇 성능을 비교한 결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기업의 기술 수준을 일괄 서열화하는 근거로 확대하기 어렵다.
기술 축적 방식은 구체적인 사용 영역에서 학습하는 쪽이다. 조선비즈는 안내견 로봇 ‘가이드독’처럼 특정 도메인에서 AI를 학습시키는 전략을 소개했다. 이는 범용 로봇이 이미 완성됐다는 성과 발표가 아니라 연구 방향에 관한 설명이다. 조선비즈
박 원장은 흩어진 연구역량을 통합하고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부 분야에서 필요한 AI 기술과 로봇 요소기술을 확보하면 다른 형태의 로봇을 지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뉴스24
이 글의 해석으로는 여기서 기대하는 효율은 한 기관이 로봇의 모든 요소를 개발하는 데서 나오기보다, 필요한 지능 기술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다만 공동 활용의 효과는 플랫폼 참여 주체와 이용 조건이 구체화돼야 평가할 수 있다. 발표만으로 중복 개발이 실제로 줄었다거나 외부 기업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지컬 AI 전략을 볼 때는 로봇 외형의 시연 장면보다 어떤 환경을 인식하고 어떤 판단을 학습하도록 하는지에 주목하는 편이 발표 취지에 맞다. 협력을 검토하는 기업에는 완성품의 존재 여부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범위가 중요한 확인 항목이라는 해석이다.
컴퓨팅 인프라는 보유 현황과 투자 검토를 구별해야 한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ETRI는 AI컴퓨팅센터 1·2센터에 약 300~400장 규모의 GPU를 보유하고 있다. 제3 AI컴퓨팅센터는 구축을 준비하는 단계다. 현재 보유 자원과 앞으로 마련할 시설을 한데 묶어 이미 확충을 마쳤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조선비즈
재원과 활용 방안도 상태가 다르다.
- 자체 투자: 최신 GPU 확보 등을 위해 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조선비즈
- 정부 지원: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센터 지정 등 정부 지원사업을 확보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동아사이언스
- 공동 활용: 조선비즈는 정부 지원사업과 지역 기관과의 공동 활용을 병행한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자체 투자 검토는 예산 집행 완료와 다르고, 정부 지원사업 확보 전략도 지원 대상 선정 결과와 다르다. 보도에는 GPU 기종별 구성이나 추가 도입 수량이 나오지 않아, 보유 장수만으로 특정 연구에 필요한 계산 자원이 충분한지 판단할 수 없다.
이 글의 해석으로는 인프라 확충이 연구 몰입에 기여하는지 보려면 연구자가 필요한 자원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투자액 발표와 별개로 자원 배정 방식, 이용 가능 시점, 공동 활용 조건이 구체화돼야 연구 수행 여건을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보도만으로 이용 절차를 안내할 수는 없다.
자율연구 제도는 취임 구상과 도입 예고를 나누어 읽어야 한다
‘경계없는 플레이어’ 구상은 이번 간담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26년 5월 20일 취임식을 다룬 지디넷코리아 보도에는 박 원장이 그해부터 매년 연구자 10명을 선발해 부서 간 장벽 없이 자신이 기획한 연구에 시간의 80%를 쓰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담겼다. 지디넷코리아
9월 30일 동아사이언스 보도는 전체에서 약 10명을 선정해 연구시간의 80%를 자율·몰입연구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도입을 예고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보도는 각각의 시점에서 발표된 구상을 전한다. 동아사이언스
| 확인 항목 | 5월 취임식 발언 | 9월 간담회 보도 |
|---|---|---|
| 선발 규모 표현 | 올해부터 매년 10명씩 | ETRI 전체에서 약 10명 |
| 연구시간 활용 | 자신이 기획한 연구에 80% | 자율·몰입연구에 80% |
| 구체적 내용 | 창업 희망 시 2년간 인큐베이팅과 복귀 안전망 제시 |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 마련 예정 |
표의 취임식 발언은 지디넷코리아, 간담회 내용은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른다. 지디넷코리아 · 동아사이언스
표현 차이만으로 선발 규모가 축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취임식에서 시행 의지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선발과 지원이 시작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선발 여부, 지원 대상, 심사 절차와 운영 규정은 이 보도들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또 이 제도의 연구시간 목표를 전체 연구자의 연구시간과 바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내부 조사의 근무시간 배분과, 선정된 연구자에게 적용하려는 자율연구 지원 구상은 대상과 상태가 다르다. 같은 기관에서 나온 비율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직 전체의 개선 폭을 계산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시간 배정의 약속이 실제 업무 면제나 조정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부서 경계를 넘는 연구를 허용하더라도 기존 업무를 누가 맡는지 정해져야 실행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제도가 실패했다는 판단이 아니라, 자율성을 운영 규정으로 옮길 때 확인해야 할 조건이다.
기술료 확대는 연구 몰입과 함께 제시된 별도의 목표다
연구 몰입을 강조했다고 해서 산업화 목표를 거둔 것은 아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박 원장은 현재 연간 600억원 안팎인 기술료 수입에 대해, 연구 결과를 민간에서 활용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 1000억원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뉴스24
이를 위해 고품질 해외 특허 출원을 지금보다 두세 배 늘려 기술료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약 3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원장의 예상이며, 확정된 성과 발생일이나 수입 보장은 아니다. 아이뉴스24
이 방향에는 취임 당시와의 연속성도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5월 취임식에서 박 원장이 특허 출원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9월 발언은 해외 특허 확대와 기술료 목표를 제시했지만, 그 사이 특허의 질이나 수입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는 실적 비교는 아니다. 지디넷코리아 · 아이뉴스24
이 글의 해석으로는 ‘과제 수주 부담을 줄인다’와 ‘연구성과의 산업 활용을 늘린다’는 서로 다른 목표다. 전자는 연구에 들어가는 과정의 부담을 다루고, 후자는 연구 결과의 활용을 다룬다. 기술료 목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몰입 지원과 모순된다고 단정할 수도, 두 목표가 자동으로 함께 달성된다고 볼 수도 없다.
평가에서 봐야 할 것은 목표를 연구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지다. 고품질 특허를 지향하면서 출원 확대도 추진하는 만큼, 특허 건수뿐 아니라 실제 활용과 수입을 어떻게 평가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장기 임무형 연구와 사업화 성과 사이의 평가 기준은 보도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개편의 성패는 실행 규정과 후속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발표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해석하면, 연구자가 과제를 확보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줄이고 기관이 정한 임무와 핵심 기술에 집중하도록 연구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구상이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사업 비중 목표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후속 내용을 읽을 때의 확인 순서는 사업 분류, 업무 절차, 연구 자원, 성과 평가다. 먼저 어떤 연구를 유지·축소하는지 보고, 그다음 연구자의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어 컴퓨팅 자원과 자율연구 지원이 실제로 제공되는지, 마지막으로 연구·산업화 성과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발표 내용을 실행 조건으로 풀어 읽은 판단 기준이다.
현재 비어 있는 핵심 정보는 분명하다. 사업 비중의 산정 기준, 내부 시간 조사의 방법, 분야별 전환 일정, 자율연구자 선발 결과, 인프라 투자 확정 여부와 이용 조건이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점의 발표나 현재 수치와 미래 목표를 섞어서 이 빈칸을 채워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금 내릴 수 있는 평가는 ‘연구 몰입을 위한 개편 방향이 제시됐다’는 데까지다. 연구시간이 늘었는지, 장기 연구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 산업 활용이 확대됐는지는 각각 후속 결과가 필요한 질문이다. 해당 실행 사항의 다음 발표일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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