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이 501조 4000억원(2025년 말 기준)으로 불어났지만,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에 그쳤습니다. 저조한 수익률을 자동으로 끌어올려 준다던 디폴트옵션조차 적립금의 85.4%가 예금 수준의 ‘안정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2026년 9월 4일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 드러났습니다. 무엇이 문제였고, 가입자는 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한눈에 보기

- 퇴직연금 적립금 501조 4000억원(2025년 말),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
-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물러 10년 평균 수익률 2.64%에 그침
- 유형별로는 DB형 2.27%, IRP 2.99%, DC형 3.09% — 최저·최고 격차 0.82%포인트
- 2023년 도입된 디폴트옵션도 적립금 53조 3000억원 중 85.4%가 안정형(수익률 2.63%)에 쏠림
- 지난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은 사람은 16.5%뿐 — 대부분 일시금으로 수령
- 자본시장연구원은 ‘옵트인’을 ‘옵트아웃’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은 디폴트옵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
DB냐 DC냐 IRP냐, 유형별 수익률 격차부터 봐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운용 주체에 따라 DB형(확정급여형),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세 가지로 나뉘고,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유형별로 최대 0.82%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선임연구위원이 2026년 9월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B형이 2.27%로 가장 낮았고, IRP 2.99%, DC형 3.09% 순이었습니다. DB형 수익률이 가장 낮은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일괄 운용하고 근로자에게는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위험을 지는 대신 보수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큽니다.
반대로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구조인데도, 정작 이 여지를 적극적으로 쓰는 가입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문제의식입니다. 절세 혜택 측면에서 ISA·IRP·DC형을 함께 비교해 둔 내용은 앞서 다룬 재테크 완전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유형 모두 물가상승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세제 혜택’과 ‘실질 수익률’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 이번 데이터로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디폴트옵션’이 있는데 왜 여전히 안정형에 쏠릴까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퇴직연금사업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로, 2023년부터 DC형과 IRP에 본격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 53조 3000억원 가운데 85.4%가 여전히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정형’에 몰려 있었습니다. 디폴트옵션 전체 평균 수익률은 3.69%였지만, 안정형만 떼어 보면 2.63%로 뚝 떨어집니다. 제도가 겨냥했던 ‘방치된 저수익 자산의 자동 개선’이라는 목표가 절반만 달성된 셈입니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원인을 제도 설계 방식에서 찾았습니다. 현재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상품을 다시 골라야 운용이 시작되는 ‘옵트인(opt-in)’ 방식인데, 애초에 운용 지식이나 관심이 부족해 자산을 방치했던 사람에게 또다시 선택을 요구하는 구조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가입자가 가장 보수적인 선택지에 자동으로 머물게 되고, 이는 장기 복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익률로 이어집니다.
가입자 유형별로 지금 무엇이 달라지나
DB형과 DC형·IRP 가입자가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은 서로 다릅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일괄 운용하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이 상품을 바꿀 방법이 없고, 수익률 개선은 결국 제도 개편에 달려 있습니다. 반면 DC형과 IRP 가입자는 지금 당장 자신의 운용 현황을 점검하고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확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은행·증권사·보험사)의 홈페이지나 앱에서 ‘적립금 운용현황’을 조회합니다.
- 상품명이 예금·보험 등 원리금보장형인지, TDF·TRF 같은 실적배당형 펀드인지 확인합니다.
- 디폴트옵션 가입 여부와 지정 유형(안정형·중립형·적극투자형)을 함께 확인합니다.
- 안정형에 장기간 머물러 있다면, 본인의 은퇴 시점과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운용 지시 변경을 검토합니다.
퇴직연금사업자인 증권사·은행의 역할도 함께 살펴볼 대목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금융사가 단순 상품제공기관이 아니라 가입자의 연금자산에 실질적인 운용책임을 지는 수탁기관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 2분기 연금자산 80조원을 돌파하며 실적을 견인했는데, 이런 대형 사업자의 운용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가입자 개인의 선택만으로 전체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시각입니다.
옵트아웃 전환과 국민연금공단 참여, 쟁점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두 가지 굵직한 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옵트인 방식을 ‘옵트아웃(opt-out)’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가입자가 별도로 선택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TDF·TRF 같은 장기 분산투자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고, 원하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100% 원리금보장상품은 아예 디폴트옵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습니다. 둘째는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독립 의사결정기구를 두고 전문 운용조직에 수탁자책임을 지우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입니다.
다만 두 제안 모두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연구 단계의 의견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논쟁적인 지점은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시장 참여 여부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근거는 현재 공공형 퇴직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과 뚜렷한 차별성이 없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운용을 한 기관에 집중시키는 것이 위험분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 참여를 찬성하는 측의 구체적인 논거는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부분은 추가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디폴트옵션이란 무엇인가요?
디폴트옵션은 DC형·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퇴직연금사업자가 사전에 약속한 방식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2022년 7월 법제화돼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내 퇴직연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의 홈페이지나 앱에서 ‘적립금 운용현황’ 메뉴를 조회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품명이 예금·보험 등 원리금보장형으로 표시돼 있다면 안정형 디폴트옵션이거나 별도 지시 없이 방치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디폴트옵션 안정형과 원리금보장형은 어떻게 다른가요?
안정형은 디폴트옵션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투자 성향 구분이며, 실제 담긴 상품은 예금·보험 같은 원리금보장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5.4%가 이 안정형에 쏠려 있어, 수익률도 2.63%로 디폴트옵션 전체 평균(3.69%)보다 낮습니다.
DB형 가입자도 디폴트옵션을 선택할 수 있나요?
DB형은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일괄 운용하고 근로자에게는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에게만 적용됩니다.
옵트아웃 방식으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현재는 가입자가 직접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운용이 시작되는 옵트인 방식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제안한 옵트아웃 방식이 도입되면 별도 선택이 없어도 처음부터 TDF 등 분산투자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고, 가입자가 원할 때 빠져나오는 구조로 바뀝니다. 다만 이는 아직 연구 단계의 제안으로, 법제화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체크포인트: 지금 확인할 것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50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이 여전히 저수익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무는 것은 개인의 무관심 탓만은 아니라, 옵트인이라는 제도 설계 자체의 한계라는 점이 이번 보고서로 확인됐습니다. 가입자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합니다. DC형·IRP 가입자라면 운용현황을 직접 조회해 안정형에 방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운용 지시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반면 옵트아웃 전환, 원리금보장상품의 디폴트옵션 제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국민연금공단 참여 여부는 아직 법제화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논의 단계이므로, 관련 입법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