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회 거절’ 녹음 있어도 무죄? 성폭력 판결 기준과 헌법재판소 재판소원 총정리

피해자가 1시간 녹음파일에서 75회 이상 “그만해”, “아파”, “안 돼”라고 거부했음에도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2026년 4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이 판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건의 전말, 현행 강간죄 판단 기준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법적 쟁점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핵심 요약

한 줄 정의: 피해자의 75회 이상 명시적 거부가 녹음으로 입증됐음에도, 가해자의 폭행·협박 수위가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유사강간 사건이며, 여성인권단체 6곳이 2026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습니다.

  • 녹음 증거의 무력화: 1시간 분량 녹음파일에 75회 이상 거부 의사가 담겼으나 1·2심 모두 무죄 선고
  • 최협의설 적용 문제: 법원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기준(최협의설)을 적용해 무죄 판단
  • 검찰 상고 포기: 피해자가 대법원 판단을 요청했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 확정
  • 6개 단체 헌재 청구: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단체 공동 재판소원 청구(2026. 4. 23.)
  • 일본은 2023년 개정: 일본은 2023년 형법 개정으로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강간으로 규정했으나, 한국은 아직 미개정

목차


사건 개요: 75회 거절과 무죄 판결

피해자가 75회 이상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은, 한국 사법 체계의 성폭력 판단 기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증거는 약 1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입니다. 해당 파일에는 피해자 A씨가 “그만해”, “아파”, “안 돼”라고 총 75회 이상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내용이 담겨 있으며,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이 정도의 증거라면 유죄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즉, 피해자가 분명히 거부했음에도 가해자가 ‘오해’했을 수 있다는 논리로 무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피해자 A씨는 기자회견 입장문을 통해 깊은 절망감을 토로했습니다. A씨는 “피고인이 제 거부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십 차례 거부 의사를 말하는 제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또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두 판결이 자신을 더 큰 절망에 빠뜨렸다고 밝혔습니다.

판결 이후 피해자 A씨는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를 원했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검찰의 상고 포기가 피해자의 마지막 일반 법적 구제 수단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현행 강간죄 판단기준의 문제점

한국 형법상 강간죄 성립 여부는 오랫동안 ‘폭행·협박’의 정도에 집중해왔으며, 이 기준이 성폭력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협의설이란 무엇인가

최협의설(最狹義說)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자가 아무리 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해도 가해자의 물리적 강제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바로 이 최협의설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75회에 걸친 명시적 거부가 있었고 녹음파일로 입증까지 됐지만, 가해자의 ‘폭행·협박 수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의사보다 가해자의 행위 양태에 초점을 맞추는 판단 방식입니다.

강제추행 기준은 이미 변경됐다

중요한 사실은, 대법원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에서 최협의설을 이미 폐기했다는 점입니다. 강제추행의 경우 폭행·협박이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법리가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민변 소속 오지원 변호사는 “더 중대한 신체 침해인 ‘유사강간’ 피해자가 여전히 ‘항거가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저항’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덜 심각한 범죄(강제추행)에는 완화된 기준이, 더 심각한 범죄(유사강간)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입증 부담

구분현행 기준피해자 부담
강제추행 (2023년 이후)폭행·협박의 정도 요건 완화상대적으로 낮음
유사강간 (현재)‘반항 현저히 곤란’ 수준 폭행·협박 필요매우 높음
강간‘반항 불가능’ 수준 폭행·협박 필요가장 높음

이 표에서 보듯, 신체 침해의 심각성이 높을수록 피해자가 져야 하는 입증 부담도 오히려 커지는 구조입니다.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보다 가해자의 물리적 행위 수위가 법적 판단의 중심에 놓이는 한, 이번 사건과 같은 무죄 판결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소원의 의미와 쟁점

2026년 4월 23일 제기된 재판소원은 단순한 개인의 구제 청구를 넘어, 한국 사법 체계의 성폭력 판단 기준 전반을 헌법적 차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재판소원이란 무엇인가

재판소원(裁判訴願)은 법원의 확정 판결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불가능하지만, 예외적으로 재판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공대위는 유사강간 판단에 적용된 법적 기준이 헌법 제10조(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동대책위원회의 핵심 주장

이번 재판소원을 청구한 ‘동의 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단체로 구성됐습니다. 공대위는 두 가지 핵심 주장을 내세웁니다.

첫째, 가해자에게 ‘오해’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판결은 객관적 증거(녹음파일)보다 가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형평에 어긋납니다. 75회의 거부 의사가 담긴 녹음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오해 가능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공대위는 주장합니다.

둘째, 헌법 제10조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오지원 변호사는 “사법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유사강간 및 강간죄 판단 기준 전반이 헌법 정신에 맞게 재정립될 수 있습니다.

헌재 결정의 파급력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그 파급력은 개별 사건을 넘어섭니다. 유사강간에 적용되는 최협의설적 폭행·협박 요건이 위헌으로 선언되면, 입법부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나아가 피해자의 동의(consent)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범죄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법 체계가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외 비교: 일본·영국의 동의 기반 성폭력법

동의(consent) 여부를 성폭력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국제적 흐름과 비교할 때, 한국의 현행 기준은 시대적 요구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2023년 형법 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은 “한국과 강간죄가 똑같았던 일본은 2023년 형법을 개정해 동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상태에 편승해 이뤄지는 성적 침해들을 강간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2023년 개정 형법에서 ‘불동의성교죄’를 신설하고, 피해자가 동의를 표명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8가지 상태(공포, 경악, 심신상실, 알코올·약물 영향 등)를 명시하여 이를 이용한 성적 침해를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가해자의 폭행·협박 수위가 아닌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영국: 성범죄법상 동의 정의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에서 동의를 “선택의 자유와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동의한 것”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합리적 믿음의 원칙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이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이 기준을 이번 한국 사건에 적용한다면, 75회 이상의 명시적 거부가 있었음에도 동의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었다’고 주장하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한국과의 비교

국가판단 기준개정 시기
한국 (현행)폭행·협박의 수위 (최협의설 일부 적용)미개정
일본동의 불가 상태 8가지 유형화2023년 개정
영국자유로운 동의 능력 + 합리적 믿음 기준2003년
독일‘아니요는 아니요(Nein ist Nein)’ 원칙2016년 개정

김혜정 소장은 “입법부도 정부도 사법부도 과제를 미루고 있다”며 헌재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했습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이번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를 바로 잡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법 체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형법이 일본(2023년), 독일(2016년), 영국(2003년) 등 주요국보다 20년 이상 뒤처진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입법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이번 사건에서 왜 녹음 증거가 있는데도 무죄가 선고됐나요?

이번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현행 유사강간 판단 기준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보다 가해자의 물리적 강제력 수위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75회의 명시적 거부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어도 가해자의 폭행·협박 수위가 기준에 미달하면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Q2.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지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져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유사강간 판단에 적용되는 현행 법적 기준이 위헌으로 선언됩니다. 이 경우 국회는 관련 형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범죄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다만 헌재 결정까지는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됩니다.

Q3.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것이 이번 사건에서 왜 중요한가요?

검찰의 상고 포기는 피해자가 대법원에서 판결을 다툴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형사소송에서 상고는 검찰만이 청구할 수 있으며, 피해자는 독립적으로 상고할 수 없습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피해자에게 남은 구제 수단은 헌법재판소 재판소원뿐인 상황이 됐습니다.

Q4. 이 사건이 ‘유사강간’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사강간은 형법 제297조의2에 규정된 범죄로, 사람의 신체 내부에 성기 이외의 신체 일부나 도구를 삽입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강간(제297조)과 법정형은 동일하나, 법원의 실제 판단에서는 강간보다 폭행·협박 요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해왔습니다.

Q5. 한국에서 ‘동의 기반 성폭력법’ 도입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국내에서 동의 기반 성폭력법 도입 논의는 여성인권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수차례 제기됐으나, 아직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 기준이 일부 완화됐지만, 이를 유사강간·강간으로 확대하거나 동의 기반 법제를 명문화하는 입법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헌재 재판소원이 입법 논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마무리

75회 이상의 명시적 거부가 1시간 녹음파일로 입증됐음에도 무죄가 선고된 이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있어 한국 사법 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가해자의 물리적 강제력 수위를 기준으로 삼는 현행 최협의설은 일본(2023년), 독일(2016년) 등 주요국이 이미 폐기한 낡은 기준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재판소원 결정이 오랜 악습을 바로잡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사건이 제기하는 법적·사회적 질문에 공감하신다면, 이 글을 공유하거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관련 주제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한국 형법의 주요 쟁점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핵심 체크리스트

  •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1시간 녹음파일에 75회 이상 명시적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을 확인했다
  • 1·2심 모두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선고했음을 이해했다
  •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으며, 피해자가 직접 상고할 수 없는 구조임을 파악했다
  • 민변 등 6개 단체가 2026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음을 알았다
  • 강제추행은 2023년 대법원 판결로 기준이 완화됐으나, 유사강간에는 여전히 구기준이 적용됨을 확인했다
  • 일본은 2023년 형법 개정으로 동의 기반 성폭력법을 도입했으며, 한국은 미개정 상태임을 비교했다
  • 헌재 결정이 나올 경우 관련 법 개정 및 판단 기준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했다
  •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5801) 등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음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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