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연합뉴스). 시상식은 현지시각 1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폐막식이었다.
이 영화는 오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고,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 공개된다. 같은 작품을 두 경로로 볼 수 있되 두 일정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 이번 공개의 특징이다.
제목이 건 비교부터 적는다. 매일경제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나”('밀양'), “타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나”('버닝')라는 질문이 이번 신작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가”로 더 깊어졌다고 정리했다(매일경제). 아래에서는 확정된 일정과 수상 내역, 감독이 제작 과정에서 밝힌 고민, 넷플릭스 공개까지의 경위, 두 리뷰가 각각 짚은 지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눠 정리한다.
지금 확정된 것은 수상과 두 번의 공개 일정이다
수상은 두 건이다.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 시상식에서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연합뉴스), 폐막식 하루 전에는 국제비평가연맹상도 받았다(한겨레).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연합뉴스).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첫 넷플릭스 영화이기도 하다(헤럴드경제).
| 시점 | 내용 | 확인된 보도 |
|---|---|---|
| 9월 12일(현지시각) | 베네치아 폐막식, 심사위원대상 수상 | 연합뉴스 |
| 폐막식 하루 전 |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 | 한겨레 |
| 9월 21일 | 국내 언론 시사회 | 매일경제 |
| 9월 23일 | 국내 일부 극장 개봉 | 연합뉴스 |
| 11월 6일 | 넷플릭스 공개 | 연합뉴스 |
러닝타임은 164분이다(한국경제). 출연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다.
'밀양'·'버닝'의 질문과 이번 질문은 어디가 다른가

매일경제는 이 감독의 영화에서 늘 '거리'가 긴장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밀양'에서 신애와 종찬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아들을 잃은 신애의 고통에 종찬은 끝내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매일경제).
'버닝'에서 그 거리는 계급의 형태로 벌어졌다. 낡은 용달을 모는 종수에게 일하지 않고도 포르쉐를 타는 벤의 일상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는 설명이다.
이번 신작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살아가는 두 부부를 마주 앉히고, 도무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 세계가 뒤섞였을 때의 긴장감을 포착한다. 전작에서 인물들 사이의 거리였던 것이 이번에는 그 거리를 카메라로 찍는 인물까지 포함하는 셈이다 — 여기까지는 기사 서술을 이어 읽은 해석이다.
여기서 구분해 둘 것이 있다. 이 계보는 리뷰어가 작품들을 이어 읽으며 제시한 해석이고, 감독 본인이 회견에서 같은 방식으로 전작과 신작을 연결해 설명했다는 내용은 인용된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감독 본인의 말은 다른 층위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했고 관객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타인의 고통을 담는 방식과 그 이야기를 찍을 자격을 함께 묻는 셈이다.
같은 회견에서 그는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어쩌면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감독은 왜 10여 년 전 이 이야기를 한 번 접었나
이야기의 출발점은 10여 년 전 한국에서 일어난 대기업 정리해고 사태다. 감독은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이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충격이 있었고 자신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연합뉴스).
그러나 당시에는 완성되지 못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드는 데 자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프리 프로덕션’(영화 제작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영화를) 접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중앙일보).
다시 가능해진 계기는 설정 하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 사람들을 찍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영화화가 가능해졌다고 그는 말했다(한겨레). 즉 '찍을 자격'이라는 막힌 질문 자체를 영화 안으로 들여놓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사건과의 관계에는 선이 그어져 있다. 연합뉴스는 이 설정이 2009년 쌍용차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쓰면서도, 감독이 지난달 25일 국내 제작보고회에서 “특정 기업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고 함께 전했다(연합뉴스).
- 출발: 10여 년 전 대기업 정리해고 사태에서 받은 충격
- 중단: 자격을 확신하지 못해 제작 직전 단계에서 접음
- 재개: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들을 찍는 이야기를 덧붙임
- 단서: 특정 기업 사건으로 읽지 말아 달라는 감독 본인의 요청
24년 만의 수상작이 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나
제작비 조달 과정이 있었다. 한겨레는 영화 산업의 불황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새로 만든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으나, 나머지 예산에 대한 투자사를 끝내 찾지 못해 극장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지원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했다(한겨레).
같은 지원사업을 한국경제는 다른 국면까지 함께 썼다. 감독이 넷플릭스 투자를 받기 전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자진 취하 전까지 “형편 어려운 영화인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샀다는 서술이다(한국경제). 한겨레 기사에는 자진 취하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지원사업이 어떤 절차로 마무리됐는지는 두 보도를 함께 읽어야 윤곽이 잡힌다.
이 맥락에서 한국경제는 극중 예지가 남편의 돈 대신 공적 제작지원을 받으려 하는 시도를 감독 자신의 상황과 겹쳐 읽었다. 다만 같은 기사도 “의도한 자기풍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라고 단서를 달았다(한국경제).
시상식 무대에서 감독은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매일 기다리면서 술을 마셔야 했던 이준동 제작자에게 특별히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한겨레). 수상 소식과 투자 난항이 같은 작품의 앞뒤에 붙어 있는 셈이다.
두 리뷰는 같은 영화에서 무엇을 달리 짚었나
한국경제와 매일경제의 리뷰는 초점이 다르다. 매일경제는 21일 국내 언론 시사회에서 작품을 봤다고 밝혔다(매일경제). 한국경제는 네 인물을 감독을 쪼개놓은 조각들로 읽었고, 매일경제는 영화가 피사체를 쌓아 올리는 방식에 주목했다.
| 인물(배우) | 설정 | 리뷰가 짚은 지점 |
|---|---|---|
| 호석(설경구) | 해고 노동자 | “연대, 투쟁, 노동자의 권리 같은 말을 싫어합니다”라는 대사(한국경제) |
| 미옥(전도연) | 호석의 아내 | 사회적 이름표로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인물(한국경제) |
| 예지(조여정) | 다큐멘터리 감독 | 압구정에서 자라 시카고에서 유학한 부르주아(한국경제) |
| 상우(조인성) | 예지의 남편, 자산가 | '풍요로운 악인'의 전형에서 비켜간 인물(한국경제) |
한국경제는 호석이 카메라 앞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과 환멸을 드러내며 “연대, 투쟁, 노동자의 권리 같은 말을 싫어합니다”라고 소리친다고 전했다(한국경제). 해고 노동자를 악마화하는 기업,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공권력만큼이나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기사는 상우를 두고 '풍요로운 악인'의 전형에서 비켜간다고 보면서도, 남보다 우월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한국경제). 약자는 선하고 부자는 비정하다는 구도와 거리를 두는 지점이다.
매일경제는 카메라가 세 겹이라고 봤다. 이 영화에서는 이창동의 눈, 예지의 눈, 기계(들)의 눈이 겹치며, 이 세 개의 눈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보다 '이미지의 소유'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다(매일경제).
배경 설정도 이 리뷰에 나온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직장이 직원 40%를 해고하려다 노조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고 이후 극단 선택이 속출했다는 내용이다(매일경제).
두 리뷰가 겹치는 지점은 계급 격차다. 다만 한국경제는 계급을 선악의 잣대로 등치시키지 않는 인물 배치에서, 매일경제는 네 사람이 각자 가닿지 못한 세계를 욕망하는 구조에서 그것을 읽었다 — 여기까지는 두 기사를 비교해 정리한 해석이다.
평가는 어디까지가 확인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가
심사위원과 비평가의 평가는 발언으로 확인된다. 올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홍콩 감독 조니 토는 시상 이유를 묻는 자리에서 이창동의 이번 영화가 그가 만든 영화 8편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성숙하다고 말했다(중앙일보).
국제비평가연맹 심사위원단은 “착취, 계급, 환멸, 사랑, 그리고 이야기의 윤리를 탐구하면서 미묘한 힘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한겨레).
국내 평론가 반응도 한겨레에 실렸다. 송경원 영화평론가는 이 작품이 계급 격차와 노동의 구조적인 모순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을 향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의지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고 평했다(한겨레).
반면 상징 해석은 리뷰어들 스스로 확정하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상우의 와인병에 적힌 'GAZA' 표기 등을 언급하면서 “이것조차도 의도적 기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적었다(매일경제). 감독이 확인한 의도가 아니라 관객이 읽어낼 여지로 제시된 것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
개봉을 앞둔 시점이라 비어 있는 정보가 적지 않다. 인용한 보도들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항목을 그대로 적어 둔다.
- 23일 개봉하는 '일부 극장'이 몇 곳인지, 어느 지역인지는 위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의 실제 처리 결과와 시점은 한국경제의 '자진 취하' 서술 외에 구체적인 절차가 확인되지 않는다.
- 한겨레는 감독이 데뷔 이후 '7편의 장편영화'를 내놓았다고 썼고, 중앙일보는 조니 토의 '영화 8편' 발언을 전했다. 두 표현의 집계 범위가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 국내 개봉 이후 일반 관객 반응과 흥행 수치는 개봉 전 시점이라 확인할 수 없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관객에 대한 감독 본인의 소감은 헤럴드경제 보도에 실려 있다.
23일 전후로 무엇을 확인하면 되나
선택지는 두 가지이고, 갈리는 기준은 시점과 관람 환경이다. 아래는 확인된 일정과 러닝타임에서 정리한 판단 순서다.
- 23일 개봉이 '일부 극장'이라는 점을 먼저 확인한다. 상영관 수와 지역은 보도에 없으므로 예매 단계에서 직접 봐야 한다.
- 164분이라는 러닝타임을 회차 선택에 반영한다(한국경제).
- 극장 관람이 어렵다면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는 선택이 있다(연합뉴스).
- 영화의 전제를 먼저 알고 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감독을 등장시키며 제작이 다시 가능해졌다는 경위를 담은 보도를 읽어 두면 인물 예지의 자리가 달라 보인다(한겨레).
리뷰의 상징 해석을 정답처럼 들고 극장에 갈 필요는 없다. 두 리뷰 모두 해석의 불확실성을 본문에 직접 적어 두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보는 태도에 관해 말해 주는 바가 있다 — 이는 기사 서술에서 끌어낸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