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가 1998년 11월 칠레 푼타아레나스를 떠난 지 28년 만에 고향인 영국 북동부 헐로 돌아왔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걷고 헤엄친 여정이었고, 29세에 집을 떠난 그는 57세가 됐다(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당초 5년이면 끝날 것으로 계산했던 여정이 금융위기에 따른 비용 마련 차질과 코로나19 등으로 훨씬 길어졌다고 전했다(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러시아 구간에서 비자 문제와 기상 여건 때문에 이동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중앙일보).
부시비 본인은 28년 가운데 걸어서 이동한 기간이 약 15년이었다고 밝혔다(중앙일보). 아래에서는 지연 요인을 연도순으로 정리하고, 매체마다 다르게 적힌 거리·예상 기간·도착일과 귀향 뒤 예고된 활동을 나눠 본다.
28년으로 늘어난 이유, 부시비는 ‘절반은 환경, 절반은 행정’이라고 했다

부시비는 과거 인터뷰에서 “여정의 절반은 환경의 문제였고 나머지 절반은 행정적·지정학적 문제였다”며 “때로는 기다리는 것만이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아래 표는 국내 보도에서 시점이 명시된 사건을 모은 것이다.
| 시점 | 일어난 일 | 전한 매체 |
|---|---|---|
| 2001년 | 다리엔 갭을 통과한 뒤 파나마에서 18일간 구금 | 동아일보·중앙일보 |
| 2006년 |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 러시아에 도착했지만 불법 입국 문제로 체포 | 동아일보 |
| 2008년 | 금융위기로 후원금이 끊김 | 동아일보·중앙일보 |
| 2012년 | 러시아의 비자 발급 거부에 항의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DC의 러시아대사관까지 걸음 | 중앙일보 |
| 2024년 | 카자흐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카스피해 약 288㎞를 31일 동안 헤엄쳐 건넘 | 중앙일보 |
| 보도 시점 기준 ‘지난달’ | 영국해협을 수영으로 건넘 | 동아일보·중앙일보·TV조선 |
다리엔 갭은 중앙일보 설명대로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험준한 정글 지대다. 동아일보는 파나마 구금 사유를 불법적인 국경 통과 등이라고 전했다(동아일보).
보도에 나온 지연·위험 요인을 성격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중앙일보).
- 국경·행정: 파나마 구금, 러시아에서의 체포와 추방 위기, 비자 문제, 각국의 복잡한 출입국 절차
- 자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끊긴 후원금
- 감염병: 코로나19 팬데믹
- 지정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이란을 거치는 육로 이동이 어려워져 경로를 다시 짬
- 자연·안전: 멕시코에서의 총기 위협, 북극곰과의 조우, 얼어붙은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 러시아 구간의 기상 여건
부시비 본인은 원인을 환경과 행정·지정학 문제로 절반씩 나눠 말했지만, 요인별로 각각 얼마나 지연됐는지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28년 가운데 실제로 걸은 기간은 약 15년이었다



‘28년’은 1998년 11월 출발부터 귀향까지의 전체 기간이고, ‘약 15년’은 부시비가 걸어서 이동했다고 밝힌 기간이다(중앙일보).
두 숫자의 차이는 걷지 않은 시간이 길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이 글의 해석이며, 그 시간이 연도별로 어떻게 나뉘는지는 중앙일보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러시아 구간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는 비자 문제로 러시아를 통과하는 데만 약 10년이 걸렸다고 썼고(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같은 구간을 ‘거의 10년’으로 적었다(중앙일보).
여정의 숫자는 무엇을 재는지에 따라 이렇게 나뉜다.
- 전체 기간: 28년. 29세에 떠나 57세에 돌아왔다.
- 걸어서 이동한 기간: 약 15년. 부시비 본인이 밝힌 값이다.
- 거친 범위: 동아일보 기준 4개 대륙, 30개국(동아일보).
러시아 통과에 걸린 약 10년이 걸은 기간 약 15년 안에 얼마나 포함되는지는 보도로 알 수 없다. 그래서 두 값을 더하거나 빼서 다른 구간의 길이를 계산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멈출 때마다 마지막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출발했다
동아일보는 그의 원칙을 ‘교통수단을 이용해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여정을 마치기 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전했다(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그가 여정을 중단해야 할 때마다 마지막으로 멈춘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출발했다고 썼다(중앙일보).
이 글의 해석으로는, 동아일보 표현의 ‘앞으로’가 원칙의 범위를 보여 주는 단서로 읽힌다. 여정을 전진시키는 구간을 교통수단 없이 채웠다는 뜻이다.
다만 멈춘 동안 어디에 머물렀는지, 마지막 지점으로 되돌아갈 때 어떤 방식으로 이동했는지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원칙이 경로를 바꾼 장면도 있다. 해저터널을 걸어서 건너겠다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영국해협을 직접 헤엄쳐 건너기로 했다(중앙일보). 2024년 카스피해 횡단 역시 러시아와 이란을 거치는 육로 이동이 어려워진 뒤의 선택이었다.
헐의 광장에 나타날 때 그는 약품과 침낭, 헤드랜턴 등 생필품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첫 번째 수레가 고장 나 새로 마련한 것으로, 그는 이를 ‘비스트 2’라고 불렀다(중앙일보).
1998년 칠레에서 출발해 28년 만에 헐로 돌아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부시비는 1998년 11월 1일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했다. 영국 육군 공수부대에서 복무한 뒤 1997년 전역했고, 이듬해 여정에 나섰다(중앙일보).
계기는 육군 출신인 아버지 키스의 생일 카드였다. 아버지는 1990년대 중반 카드에 특수부대원 두 명이 런던에서 뉴욕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했다는 이야기를 적었다(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이 이야기가 해수면이 낮았을 때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했던 베링 육교를 통해 인류가 이동했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세운 원칙은 세계 일주를 마치기 전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교통수단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중앙일보).
AP·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을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시비는 헐의 퀸 빅토리아 광장에서 시민 수백명의 환영을 받은 뒤 어린 시절 살던 집까지 약 5㎞를 더 걸었다(중앙일보). 광장에서 그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이제 정말 끝난 건가”라고 농담했다.
집에서 기다린 가족에 관해 중앙일보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중앙일보).
- 집 앞에는 ‘아들아,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어머니 앤절라가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
- 집 안에서는 36세 아들 애덤과 12세 손녀가 기다렸고, 부시비는 손녀를 이날 처음 만났다.
- 그가 떠날 당시 8세였던 아들은 성인이 됐다.
-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지는 10년이 지났다.
어머니를 끌어안은 부시비가 “조금 변하셨네요”라고 하자, 어머니는 “나이가 들었잖니”라고 답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거리·예상 기간·도착일은 매체마다 다르게 적혔다
동아일보·중앙일보·TV조선은 모두 외신을 출처로 들었다. 동아일보는 AP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중앙일보는 AP·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을, TV조선은 AFP통신을 인용했다.
| 항목 | 한쪽 기록 | 다른 기록 |
|---|---|---|
| 이동 거리 | 동아일보 ‘약 5만 km’, TV조선 ‘5만km’ | 중앙일보 본문 ‘약 5만㎞’, 같은 기사 집계 ‘3만6000마일(약 5만8000㎞)’ |
| 당초 예상 기간 | 동아일보·중앙일보 ‘5년’ | TV조선 ‘12년’ |
| 헐 도착 | 동아일보(AP 인용) 2일 도착 | 중앙일보 1일 험버 다리를 건너 도착, 2일 공식 환영 행사 |
| 여정을 부른 말 | 동아일보 “21세기 오디세우스의 모습” | 중앙일보 ‘21세기 오디세이’ |
| 광장 인사 | 동아일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 중앙일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
거리는 중앙일보 한 기사 안에서도 두 값이 나온다. 본문은 약 5만㎞를 걸어 세계를 횡단했다고 쓰면서, 같은 기사에서 이동 거리는 3만6000마일(약 5만8000㎞)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중앙일보). 두 값이 각각 어떤 기준으로 셈한 것인지는 기사에 설명이 없다.
예상 기간도 갈린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처음 예상이 5년이었다고 전했지만, TV조선 기사에는 ‘당초 부시비의 여정은 12년으로 예상됐지만’이라는 문장이 있다(TV조선). 출발 당시 본인 계획이 어느 쪽이었는지는 이 기사들만으로는 가릴 수 없다.
도착일 차이는 이 글의 해석으로는 도착과 환영 행사를 나눠 쓴 데서 생긴 것일 수 있다. 중앙일보는 그가 출발 당시와 같은 날짜인 1일 험버 다리를 건너 헐에 도착한 뒤 2일 공식 환영 행사를 가졌다고 썼다(중앙일보). 동아일보는 AP통신을 인용해 그가 2일 헐에 도착해 시민 수백 명의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동아일보).
이런 기록 기사를 읽을 때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면 숫자에 덜 휘둘린다.
- 숫자 앞에 ‘약’이 붙었는지, 마일과 ㎞ 사이 환산값인지 본다.
- 국내 기사가 어느 외신을 인용했는지 확인한다.
- 날짜가 현지시간인지, 도착일인지 행사일인지 구분한다.
- 인용문이 현장 발언인지 앞선 인터뷰에서 나온 것인지 본다. 동아일보가 전한 ‘21세기 오디세우스’ 발언은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나왔다(동아일보).
귀향 뒤 예고된 것은 다큐멘터리와 강연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귀향길에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와 촬영팀이 동행했고, 헤어초크는 28년간의 여정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워크 오브 라이프(Walk of Life)’를 제작하고 있다(중앙일보).
TV조선은 AFP를 인용해 부시비의 여정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가 제작 중이라고 전했다(TV조선).
앞으로의 활동으로 보도된 것은 다음과 같다.
- 강연과 책 집필: 중앙일보는 그가 강연과 책 집필 등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 강연 투어: TV조선은 AFP를 인용해 그가 강연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썼다.
- 새 원정: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장거리 원정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28년이면 충분하다”며 “이제 등산화는 걸어둘 것”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 귀향 소감으로는 “나를 이곳까지 데려오는 데는 말 그대로 전 세계가 필요했다”고 말하며, 개인부터 국가까지 수많은 사람이 도왔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공개 시점, 강연 날짜, 책 출간 시점은 중앙일보와 TV조선 기사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다큐멘터리 ‘워크 오브 라이프’의 공개 소식과 부시비 본인의 강연·책 발표다.
보도에 나오지 않는 것: 비용, 경로, 멈춘 기간
동아일보·중앙일보·TV조선 기사로는 아래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
- 28년 동안 든 총비용과 후원 규모. 기사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후원이 끊겼다는 설명이 있다.
- 국가별 상세 경로와 30개국 전체 목록.
- 멈춘 기간에 머문 곳과 마지막 지점으로 되돌아간 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