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 단속 중 혈액채취 거부권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얻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결과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026년 8월 2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2022년 2월 적발부터 대법원 확정까지 4년 넘게 걸렸고, 그 사이 1심 무죄·2심 유죄·대법원 파기환송·파기환송심 무죄라는 드문 반전을 거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022년 2월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승용차를 약 250m 운전한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 경찰이 10여 차례 호흡측정을 시도했지만 정상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자 혈액채취 방식으로 전환했고, A씨의 동의서를 받은 뒤 채혈했습니다.
- A씨는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 1심은 무죄(혈액 감정 결과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정반대 결론을 냈습니다.
- 대법원은 2심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에 이어 재상고심까지 최종 무죄로 마무리됐습니다.
왜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렸나
1심과 2심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정반대의 결론을 냈는데, 쟁점은 채혈 당시 경찰의 설명이 임의동의로 볼 수 있느냐였습니다. 1심은 경찰이 A씨에게 거부권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자발적 의사에 의한 채취로 보기 어렵다”며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경찰이 혈액채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측정 경위 자체는 적법하다고 봐 유죄 취지로 뒤집었습니다. 같은 대화 내용을 두고 하급심 두 곳의 결론이 완전히 갈린 셈인데, 이 간극을 최종적으로 정리한 것이 파기환송심과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처음 파기환송한 이유는 증거법이 아니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이 2심을 처음 파기환송했을 때 근거는 혈액 감정 결과의 증거능력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었습니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는데,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에게 2심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 자체가 절차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즉 대법원은 이 단계에서 채혈 절차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위법수집증거 여부에 대한 실체적 결론은 파기환송을 받은 항소심(파기환송심)의 몫으로 넘어갔고, 그 파기환송심이 다시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사가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번에도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이 위법수집증거로 본 근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경찰의 설명 방식 자체가 문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당시 피고인에게 ‘호흡측정을 하든지 아니면 혈액 채취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는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만 설명했고,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호흡측정이 곤란한 상태로 보이는 피고인에게 “사실상 혈액채취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으로 전달될 수 있는 설명이며, 결과적으로 A씨가 채혈에 응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부정확한 설명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호흡측정과 혈액채취, 무엇이 다른가
음주 단속 현장에서 두 측정 방식은 법적 성격이 다르게 취급됩니다.
| 구분 | 호흡측정 | 혈액채취 |
|---|---|---|
| 법적 근거 | 도로교통법상 통상적 단속 절차 | 호흡측정이 곤란하거나 운전자가 요구할 때 보충적으로 시행 |
| 동의 방식 | 단속 절차에 응하는 것으로 사실상 갈음 | 신체 침해를 수반해 명시적 동의가 원칙 |
| 거부 시 결과 | 도로교통법상 측정거부죄 성립 가능 | 별도 동의 없이는 강제채혈 불가(영장 필요) |
| 이번 사건 쟁점 | 10여 차례 시도했으나 정상 수치 미확보 | 거부권 고지 없이 받은 동의서의 효력이 다퉈짐 |
혈액채취는 신체에 직접 침습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호흡측정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적 요건이 따릅니다. 이번 판결은 그 요건 중 하나인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의 고지’가 형식적 동의서 서명보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음주 단속 현장에서 운전자가 확인해야 할 것
이번 판결을 실제 상황에 대입하면, 음주 단속 시 다음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 호흡측정이 여러 차례 실패해 경찰이 혈액채취를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명확히 들었는지 확인합니다.
-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식의 설명은 거부권 고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둡니다.
- 동의서에 서명했더라도, 그 이전에 거부권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면 이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채혈 ‘동의’ 절차의 하자를 다투는 문제이며, 음주운전 자체나 호흡측정 거부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29%는 도로교통법상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 구간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번 무죄는 음주 수치나 운전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확인한 절차가 위법했다는 이유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A씨가 당시 호흡측정에서 왜 정상 수치가 나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번 판결 이후 경찰이 채혈 고지 절차를 어떻게 개선했는지입니다.
음주운전은 처벌 수위를 떠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기도 합니다. 앞서 다룬 출연배우의 음주운전으로 7년만에 개봉한다는 영화 사례처럼, 음주운전 이슈는 당사자의 형사책임을 넘어 주변 관계자와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와 달리 처벌 여부 자체가 절차적 하자로 갈린 경우라, 음주운전을 둘러싼 법적 쟁점이 ‘음주 여부’뿐 아니라 ‘단속 절차의 적법성’까지 넓게 걸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중알코올농도 0.129%면 어느 정도 처벌 대상인가요?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면허취소 대상이며, 0.2% 이상 구간과 함께 형사처벌 수위도 무거워집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수치 자체보다 그 수치를 확인한 채혈 절차의 적법성이 쟁점이 되어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Q. 경찰이 혈액채취 동의서를 받았는데도 왜 위법수집증거가 되나요? 동의서 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서명 이전에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설명은 사실상 채혈을 강제하는 것으로 봐 임의동의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Q. 호흡측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호흡측정 거부는 도로교통법상 별도의 측정거부죄로 처벌될 수 있는 사안으로, 이번 판결에서 다뤄진 혈액채취 거부권 고지 문제와는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이번 사건의 A씨는 호흡측정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시도해도 정상 수치가 나오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Q. 대법원이 두 번 판단했는데 왜 파기환송된 건가요? 첫 번째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을 이유로 2심을 파기했습니다.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2심이 선고한 절차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 것으로, 위법수집증거 여부는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별도로 판단됐습니다.
Q. 이번 판결로 앞으로 음주 단속 절차가 바뀌나요? 아직 경찰청 차원의 공식 지침 변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채혈 거부권 고지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만큼, 호흡측정이 곤란해 혈액채취로 전환하는 현장에서 고지 문구와 절차가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의 핵심은 혈액채취 동의가 유효하려면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A씨 사건은 수치나 운전 사실이 아니라 단속 절차의 적법성 때문에 무죄로 갈린 사례이며, 1심 무죄·2심 유죄·대법원 파기환송·파기환송심 무죄·재상고심 확정까지 4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거쳤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접한다면 채혈 전 설명이 ‘선택 가능한 안내’였는지 ‘사실상 강제된 안내’였는지를 먼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청의 후속 지침 변경 여부와 유사 사건에서의 하급심 적용 양상은 계속 지켜볼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