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 지출, 상위 10%가 전체 61% 차지…지니계수 0.854 도박과 흡사

오스트리아 10~19세 학생 2,308명을 조사한 결과, 게임에 실제로 돈을 쓴 청소년 818명 가운데 상위 10.4%인 85명이 전체 지출액의 61.4%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장크트푈텐 응용과학대 마르쿠스 메시키 교수팀이 2026년 8월 22일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 지출 집중도가 독일에서 보고된 도박 지출 통계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하나만이 아니라 무료 게임 전체의 수익화 구조를 다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숫자로 먼저 보기

  • 조사 대상 2,308명 중 84.6%(1,952명)가 인앱결제가 가능한 게임을 이용했고, 이 중 최근 1년간 실제로 돈을 쓴 학생은 35.4%(818명)였다.
  • 결제 경험자 818명의 1인당 평균 지출은 169.9유로(약 27만원)였지만, 상위 10.4%(85명)의 평균 지출은 약 1,005유로(약 160만원)로 격차가 컸다.
  • 상위 지출자 85명의 총 지출액은 8만5,385.9유로(약 1억3,000만원)로, 전체 지출액의 61.4%를 차지했다.
  • 지출 쏠림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854로, 독일에서 보고된 도박 지출 지니계수 0.879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 고액 지출자 중 게임장애로 분류된 비율은 14.1%로, 나머지 지출자(4.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 글은 이 수치들이 어디서 어떻게 갈라지는지, 그리고 국내 규제와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를 정리한다.

  • 얼마나 쏠려 있었나 — 결제자 818명의 구조
  • 지니계수 0.854, 도박과 나란히 놓아보면
  • 확률형 아이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 고액 지출과 게임장애·도박장애는 어떻게 겹치나
  • 이 결과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 네 그룹
  • 부모가 오늘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얼마나 쏠려 있었나 — 결제자 818명의 구조

전체 조사 대상 2,308명 가운데 실제로 게임에 돈을 쓴 사람은 818명(35.4%)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서도 지출은 다시 한번 소수에게 몰렸다. 아래 표는 조사 대상이 어떻게 좁혀지고, 그 안에서 지출이 어떻게 갈리는지를 보여준다.

구분인원비율특징
전체 조사 대상2,308명100%오스트리아 10~19세 학생
인앱결제 가능 게임 이용자1,952명84.6%게임 자체는 무료, 결제는 선택
최근 1년 실제 결제자818명35.4%1인당 평균 169.9유로(약 27만원)
상위 10.4% 고액 지출자85명결제자의 10.4%평균 약 1,005유로(약 160만원), 전체 지출의 61.4% 차지

국내 이용자에게도 이런 방식은 낯설지 않다. 블로그에서 공략을 소개한 싱크로 게임도 무료로 내려받아 즐기는 방식이라, 게임 자체보다 그 이후의 구매 유도 설계가 지출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는 점은 이번 오스트리아 조사와 다르지 않다. 상위 지출자 85명의 최근 1년 지출액은 400~1만2,000유로로 범위가 넓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평균 1,005유로 뒤에는 400유로대 이용자부터 1만 유로가 넘는 이용자까지 섞여 있다는 뜻이다.

지니계수 0.854, 도박과 나란히 놓아보면

“게임에 돈 쓰는 청소년 10명 중 1명, 전체 지출 61% 차지” 관련 이미지

지니계수는 특정 집단 안에서 자원이 얼마나 고르게 분배돼 있는지를 0에서 1 사이 숫자로 나타낸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모두가 비슷하게 나눠 갖고, 1에 가까울수록 소수가 대부분을 독식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게임 내 지출의 지니계수는 0.854로 나왔고, 연구팀은 이를 독일에서 보고된 도박 지출 지니계수 0.879와 비교했다.

두 수치의 차이는 0.025포인트에 불과하다. 연구팀이 이 비교를 논문에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낼 때 흔히 인용되는 국가별 지니계수가 대개 0.3~0.4 사이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게임 내 지출과 도박 지출은 같은 부류로 묶일 만큼 극단적으로 소수에게 쏠려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니계수 자체는 ‘얼마나 쏠려 있는가’를 보여줄 뿐 ‘왜 쏠렸는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한 연구팀의 답은 다음 항목에서 이어진다.

확률형 아이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확률형 아이템(뽑기형 유료 아이템)이나 페이투윈(경쟁 우위를 위한 결제) 같은 특정 결제 방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게임 내 모든 지출을 한꺼번에 분석했다. 기존 연구 다수가 확률형 아이템 하나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접근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문제를 ‘특정 기능’이 아니라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수익화 시스템 전반’으로 넓혀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시각은 앞서 다룬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 프레임의 함정이 놓치는 지점과 닮아 있다. 고액 지출자 85명을 예외적인 ‘문제 이용자’로 분리해 바라보면, 정작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임 설계 자체는 시야 밖으로 밀려난다. 연구팀이 구매의 즉각성과 반복성을 낮추고, 지출 한도와 결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며,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는 설계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이미 이 문제의 일부를 규제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게임산업법 개정에 따라 2024년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가 의무화됐다. 다만 이 규제는 ‘확률’을 공개하도록 할 뿐, 이번 연구가 지목한 배틀패스나 시즌패스처럼 확률 없이도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연구가 짚은 문제의식과 한국의 현행 규제 사이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간극이 있는 셈이다.

고액 지출과 게임장애·도박장애는 어떻게 겹치나

이번 조사는 지출 규모와 게임장애·도박장애 사이의 연관성도 함께 들여다봤다. 전체 게임 내 구매자 818명 가운데 게임장애 기준에 해당한 학생은 43명(5.3%)이었고, 이들이 전체 지출액의 10.3%를 차지했다. 고액 지출자(상위 10.4%, 85명)로 좁혀 보면 이 비율은 14.1%로 뛰어올라, 나머지 지출자의 4.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도박과의 접점도 확인됐다. 최근 1년간 도박을 했다고 답한 103명 가운데 32명(31.1%)은 도박장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이 전체 게임 내 구매자 지출액의 14.7%를 차지했다. 다만 연구팀도 강조했듯 이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게임에 많이 쓰는 학생이 게임장애가 되는 것인지, 게임장애 성향이 있는 학생이 더 많이 쓰는 것인지는 이번 조사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 결과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 네 그룹

같은 숫자라도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 청소년 이용자: 본인의 지출이 상위 10%에 가까운지 스스로 점검할 근거가 생겼다. 평균(169.9유로)과 고액 지출자 평균(1,005유로)의 차이를 알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쉬워진다.
  • 부모: 지출이 한 번에 몰리는 구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매달 소액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몰아서 쓰는 패턴이라면, 정기 점검만으로는 놓치기 쉽다.
  • 게임업계: 연구팀의 제안대로 지출 한도·결제 정보 투명화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 향후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방치하면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그랬듯 페이투윈·배틀패스도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 규제 당국: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현행 규제가 이번 연구가 지목한 문제의 일부만 다루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규제 범위를 넓힐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

부모가 오늘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연구팀이 제안한 ‘투명한 결제 정보’는 게임사만의 몫이 아니다. 스마트폰 자체에도 확인 수단이 있다.

  1. 결제 알림 켜기: iOS는 설정 > 스크린타임 > 콘텐츠 및 개인정보 보호 제한에서, 안드로이드는 Google Play 설정에서 구매 시 인증을 요구하도록 바꿀 수 있다. 결제마다 확인 절차가 생기면 상위 10%로 향하는 ‘즉각적이고 반복적인’ 결제 패턴 자체를 끊을 수 있다.
  2. 최근 결제 내역 확인: App Store와 Google Play 모두 계정별 구매 내역을 월 단위로 볼 수 있다. 한 달치를 확인하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다.
  3. 가족 공유 지출 한도 설정: iOS 스크린타임, Google 패밀리 링크 모두 앱별·기간별 지출 한도를 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연구팀이 제안한 ‘지출 한도 제공’을 게임사가 아니라 보호자가 먼저 적용하는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이 조사는 어디서, 누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나요? 오스트리아 장크트푈텐 응용과학대 마르쿠스 메시키 교수팀이 오스트리아 10~19세 학생 2,3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로, 2026년 8월 22일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프런티어스’에 게재됐습니다.

지니계수 0.854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지출이 고르게 분산돼 있고 1에 가까울수록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조사의 0.854는 독일에서 보고된 도박 지출 지니계수 0.879와 비슷한 수준으로, 게임 내 지출도 소수에게 극도로 쏠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확률형 아이템만 문제인가요? 아니요, 연구팀은 확률형 아이템뿐 아니라 페이투윈, 배틀패스 등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무료 게임의 수익화 구조 전반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그중 한 가지 방식일 뿐입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나요? 네, 한국은 게임산업법 개정에 따라 2024년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가 의무화됐습니다. 다만 이는 확률형 아이템에 한정된 규제라, 이번 연구가 지적한 배틀패스 등 다른 결제 방식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고액 지출과 게임장애는 인과관계가 있나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고액 지출자 중 게임장애 분류 비율(14.1%)이 나머지 지출자(4.2%)보다 높다는 상관관계는 확인됐지만, 지출이 게임장애를 유발하는지 게임장애 성향이 지출을 늘리는지는 이번 조사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과 다음에 볼 지점

이번 연구는 오스트리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며, 한국 청소년의 게임 내 지출 구조가 같은 패턴을 보이는지는 별도로 확인된 바 없다. 국내에도 유사한 표본 조사가 나온다면 지니계수와 상위 지출자 비율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출과 게임장애의 선후 관계, 그리고 배틀패스·시즌패스 같은 결제 방식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도 아직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은 지금, 다음 단계는 ‘확률 공개’를 넘어 ‘지출 한도’와 ‘결제 투명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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