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삼성전자·MIT, 루테늄에 탄소 원자 5개 넣어 배선저항 45% 낮췄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삼성전자 SAIT(전 삼성종합기술원), 미국 MIT와 함께 루테늄(Ru) 배선에 탄소 원자를 1,000개당 약 5개꼴로 넣어 차세대 반도체 초미세 배선의 전기저항을 45.4%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2026년 8월 22일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국제학술지로 꼽히는 ‘사이언스(Science)’에 온라인 게재됐습니다. 핵심은 미량의 탄소를 결정 성장을 잠깐 도왔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촉진제’로 써서, 비정질 절연 기판 위에서도 금속 결정 방향을 가지런히 정렬시켰다는 점입니다.

숫자로 먼저 보는 핵심 결과

  • 탄소 첨가량: 루테늄 원자 1,000개당 약 5개, 즉 0.48 at%일 때 결정립 성장·정렬 효과가 가장 컸습니다.
  • 결정립 크기: 450℃ 열처리 후 평균 약 13nm에서 91.7nm로 약 7배 커졌습니다.
  • 결정 배향도: 결정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도가 99.3%에 달했습니다.
  • 비저항: 8nm 두께 박막에서 11.2μΩ·cm를 기록해, 탄소를 넣지 않은 루테늄보다 29.0% 낮았습니다.
  • 실제 배선 저항: 초미세 배선 구조로 제작했을 때 탄소 미첨가 대비 45.4% 감소했습니다.
  • 3차원 구조 적용성: 종횡비 33대 1의 좁고 깊은 홈(트렌치)에 12nm 두께로 코팅했을 때 99.1%의 균일도를 보였습니다.

구리에서 루테늄으로: 왜 배선 소재를 바꾸려 하는가

반도체 배선은 오랫동안 구리를 써왔지만, 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좁아질수록 구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나노미터 수준에서도 배선 폭을 좁게 구현하기 유리한 차세대 금속 소재로 루테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루테늄에도 약점이 있는데, 박막을 아주 얇게 만들면 금속을 이루는 작은 결정립들이 경계면에서 전자를 산란시켜 오히려 전기저항 값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기판 원자 배열을 따라 결정막을 키우는 에피택시나 고온 열처리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특정 기판과 까다로운 공정 조건이 필요해 실제 반도체 양산 라인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는 별도의 특수 기판이나 초고온 공정 없이, 탄소 첨가와 일반적인 열처리 조합만으로 결정 정렬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탄소 원자 5개가 만든 변화: 결정립이 자라는 원리

GIST-삼성-MIT, Ru에 탄소원자 5개 첨가로 반도체 배선

탄소는 루테늄 결정립을 영구히 바꾸는 첨가물이 아니라, 열처리 중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적 결정 성장 촉진제’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열처리 과정에서 루테늄 내부에 있던 탄소 원자들이 결정립이 맞닿는 경계, 즉 결정립계로 이동해 탄소가 풍부한 영역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이 탄소가 기체 형태로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순간적으로 빈 공간인 ‘자유부피(free volume)’가 만들어지고, 이 공간이 결정립의 재배열을 돕습니다.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후연구원은 실시간 가열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시료를 현미경 안에서 직접 가열하면서 결정립이 성장하고 방향을 재배열하는 전 과정을 관찰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함량을 달리해 비교한 결과 0.48 at%에서 효과가 가장 컸고, 탄소가 그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결정 방향 정렬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탄소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정확한 양을 넣어야 하는 변수라는 뜻입니다.

수치로 비교: 탄소를 넣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

여러 지표를 한 번에 놓고 보면 탄소 첨가가 만든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항목탄소 미첨가 Ru탄소 첨가 Ru (0.48 at%)
평균 결정립 크기 (450℃ 열처리 후)약 13nm91.7nm (약 7배 성장)
결정 배향도낮음(정렬 안 됨)99.3%
비저항 (8nm 박막)탄소 첨가 대비 29.0% 더 높음11.2μΩ·cm
실제 초미세 배선 저항기준값45.4% 감소
33대 1 트렌치 코팅 균일도데이터 없음(비교 대상 아님)99.1%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비저항 개선폭(29.0%)보다 실제 배선 구조에서의 저항 개선폭(45.4%)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박막 상태의 물성 개선이 실제 소자 구조로 갈수록 증폭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의미로, 실험실 수치가 아니라 실제 적용 구조에서 확인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nm 배선과 3차원 구조에서도 통할까: 트렌치 실험이 보여준 것

차세대 반도체는 배선이 평면이 아니라 좁고 깊은 홈, 즉 트렌치 형태의 3차원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팀은 종횡비 33대 1에 이르는 좁고 깊은 트렌치에 12nm 두께로 루테늄을 입힌 결과, 홈의 측면과 바닥까지 99.1%라는 높은 균일도로 코팅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복잡한 구조의 측면과 바닥에서도 루테늄 결정의 방향 정렬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사실입니다.

조용륜 박사후연구원은 이 결과가 선폭이 2nm 수준으로 작아진 차세대 반도체 배선에 요구되는 전기적 성능을 충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면 박막에서만 통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첨단 공정에서 마주치는 좁고 깊은 3차원 구조에서도 동작을 확인했다는 점이 이 연구를 단순한 소재 실험 이상으로 만드는 지점입니다.

이 연구가 놓인 자리: 반도체 소재 경쟁의 흐름

이번 성과는 배선 소재라는 좁은 영역의 이야기지만, 그 배경에는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른 반도체 공정 전반의 경쟁이 있습니다. 앞서 다룬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를 장악한 이유에서 살펴본 것처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남들이 아직 풀지 못한 공정·소재 문제를 먼저 푸는 데서 갈립니다. 이번 연구에서 삼성전자 SAIT가 GIST·MIT와 공동 1저자·교신저자로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이 말하는 한국 반도체가 강한 이유에서 짚었던 소재·공정 기술력이라는 변수가, 이번에는 대학 연구소(GIST)와 기업 연구소(삼성 SAIT), 해외 대학(MIT)이 함께 논문 하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체화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배선 저항 문제는 특정 기업 한 곳의 힘만으로 풀리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공동연구 구조 자체가 보여줍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에 게재된 학술 성과이며, 실제 양산 적용 여부나 시점은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이 밝힌 내용은 실험실 규모의 박막·트렌치 구조에서 나온 결과이고, 12인치 웨이퍼 단위의 실제 파운드리 공정 라인에 이 탄소 첨가·열처리 공정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의 수율이나 비용은 이번 자료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탄소가 기체로 빠져나가는 과정이 실제 대량 생산 환경에서 새로운 결함이나 신뢰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그리고 이 방식이 루테늄 외에 코발트·몰리브데넘 등 다른 차세대 배선 후보 금속에도 적용 가능한지 역시 이번 발표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2nm급 파운드리 로드맵의 어느 시점에 반영할지도 아직 공개된 바 없습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는 ‘기술적 가능성을 실험으로 입증한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왜 반도체 배선에 구리 대신 루테늄을 쓰려고 하나요? 연구팀은 루테늄이 나노미터 수준에서도 배선 폭을 좁게 구현하기 유리한 차세대 금속 소재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박막을 얇게 만들면 결정립 경계에서 전자가 산란해 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고, 이번 연구는 그 문제를 탄소 첨가로 해결했습니다.

Q. 탄소 0.48 at%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양인가요? 루테늄 원자 1,000개 가운데 약 5개꼴에 해당하는 극소량입니다. 연구팀은 이 농도에서 결정립 성장과 정렬 효과가 가장 컸고, 탄소가 이보다 많아지면 오히려 정렬을 방해한다고 밝혔습니다.

Q. 이 기술은 언제부터 실제 반도체에 적용되나요? 2026년 8월 22일 기준으로 상용화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표는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 성과로, 실험실 규모의 박막·트렌치 구조에서 효과를 검증한 단계입니다.

Q. 2nm급 반도체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연구팀은 종횡비 33대 1의 트렌치 구조에서도 99.1%의 코팅 균일도와 결정 방향 정렬을 유지해, 선폭 2nm 수준의 차세대 배선에 요구되는 전기적 성능을 충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Q. 이번 연구에는 누가 참여했나요? GIST 조용륜 박사후연구원과 삼성전자 SAIT 임용철 박사가 공동 1저자를 맡았고, 하윤후·이영민 연구원도 공동 1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성전자 SAIT의 이정엽·조은형·채병규·이재우·조기영·박성용·변경은·김상원 연구원과 MIT 김지환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체크포인트: 앞으로 지켜볼 것

이번 연구는 미량의 탄소를 결정 성장의 ‘일시적 촉진제’로 쓴다는 발상 전환으로, 루테늄 배선의 고질적 약점이던 결정립 경계 저항 문제를 실험적으로 풀어낸 사례입니다. 8nm 박막에서 비저항 29.0% 감소, 실제 배선 구조에서 저항 45.4% 감소, 33대 1 트렌치에서 99.1% 균일도라는 세 가지 수치가 이번 성과의 핵심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명확합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차세대 공정 로드맵에 이 기술이 언제,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 그리고 12인치 웨이퍼 양산 라인에서도 실험실과 같은 수율과 균일도가 나오는지입니다. 후속 논문이나 삼성전자·GIST 측의 추가 발표가 나오면 이 부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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