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과했다. 애국지사 유묵으로 잘못 전시된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가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앞선 사과 때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제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하는 데 주저했습니다”라고 말했다(경향신문).
소장 사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조은희·정연욱 의원실이 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보도되면서 드러났다(경향신문). 서울신문은 이 사실이 알려지며 “검증 부실과 이해충돌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고 전했다(서울신문). 국감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유 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프레시안).
이 글은 다섯 가지를 차례로 짚는다. 경매에서 국감까지의 경과, 소장 사실을 늦게 밝힌 이유에 대한 유 관장 본인의 설명, 출품 전 판단과 9월 검증의 차이, 5만원·30만원 같은 숫자의 의미, 해명과 비판이 갈리는 지점이다. 이어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과 앞으로 볼 일정을 정리했다.
경매에선 박덕원, 전시에선 박원근, 검증 뒤엔 박중양이었다

문제의 글씨는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다(연합뉴스).
같은 글씨에 붙은 필자 이름은 시기마다 달랐다.
-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는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고, 시작가 1만원에 출품돼 5만원에 낙찰됐다(연합뉴스).
- 박물관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을 근거로 충북 보은 출신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유묵으로 소개했다(경향신문).
- 박물관은 9월 7일, 필적과 인장, 일본 유학 시절 박원근이라는 이름으로 글씨를 팔았다는 기록 등을 종합해 이 작품을 박중양의 글씨로 발표했다(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박중양이 일제강점기 중추원 부의장과 일본 제국의회 귀족원 의원 등을 지냈으며, 3·1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자제단을 조직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경향신문).
| 시점 | 일어난 일 | 근거 |
|---|---|---|
| 2019년 | 유 관장, 온라인 경매 ‘아이옥션’에서 낙찰 | 한국경제 |
| 7월 1일 |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개막(10월 25일까지) | 머니투데이 |
| 8월 10일 | 박중양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돼 작품 철수 | 한국경제 |
| 8월 12일 | 박물관 사과문 발표 | 경향신문 |
| 9월 7일 | 박중양 글씨로 결론 발표, 다시 사과 | 경향신문 |
| 국감 직전 | 정연욱·조은희 의원, 박물관 사전질의 답변자료 공개(한겨레 표현 ‘지난 15일’) | 한겨레 |
| 10월 19일 | 국정감사에서 소장 사실 비공개 사과 | 서울신문 |
| 10월 25일 | 특별전 종료 예정 | 머니투데이 |
소장자임을 밝히지 않은 이유, 유 관장은 시기별로 다르게 설명했다



국감에서 유 관장은 소장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세 시점으로 나눠 설명했다. 출품 때, 판명 뒤, 국감 직전이다. 아래는 그가 직접 한 말이다.
- 출품할 때: “혹시 저 개인의 자랑이 될까 봐 안 했고”(한국경제)
- 박중양 글씨로 확인된 뒤: “미술사가로서 좀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 줬으면 하는 솔직하지 못한 마음으로 지나갔다”(한국경제)
- 국감을 앞두고: “국정감사 질의서가 와서 ‘제가 소장자’라고 답하고 국감 과정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기사가 먼저 나왔다.”(서울경제)
그는 “저로서는 부끄럽고 참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주간경향).
한겨레에 따르면 국감 전 박물관 쪽은 소유자를 밝히지 않은 이유로 “소장자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한겨레).
박물관은 법과 윤리 강령을, 관장은 ‘자랑’과 ‘부끄러움’이라는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든 셈이다. 같은 비공개에 대해 두 갈래 설명이 나왔다는 정리는 보도를 나란히 놓은 이 글의 해석이다.
9월엔 ‘박물관의 미흡’, 10월엔 ‘저의 불찰’로 사과의 강조점이 옮겨갔다
| 시점 | 사과 속 표현 | 근거 |
|---|---|---|
| 검증 결과 발표 |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 | 머니투데이 |
| 박물관 대중 강연 |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 “책임을 통감한다” | 한겨레 |
| 10월 19일 국정감사 |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 주간경향 |
경향신문은 유 관장이 9월 사과 당시 “박물관의 검증 미흡과 역량 부족으로 설명해 개인의 책임을 박물관과 직원들에게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경향신문).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를 두고 “비겁한 처신”, “이중적 태도”라고 했다(주간경향).
사과 횟수를 센 보도도 있다. MBC는 국감 이전 경과를 전하며 “박물관과 유 관장은 네 차례나 사과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MBC). 서울경제는 8월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감 당일까지 “유 관장이 공개 사과한 것은 다섯 차례에 이른다”고 썼다(서울경제). 두 보도는 집계 대상과 기간이 달라 횟수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출품 전 판단은 ‘본인 확신’, 9월 검증은 전문가 7명의 대조였다
별도 감정을 받았느냐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유 관장은 “저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확신을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경향신문). 이어 윤용근 의원이 검증 절차를 묻자 “서화사를 전공하는 개인적인 감정 결과”라고 전공 분야를 정정했다(연합뉴스).
김 의원은 “개인의 확신에 의존해 검증 없이 전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한국경제). 출품 전 판단과 9월 판정의 근거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출품 전 ‘박원근’ 판단 | 9월 ‘박중양’ 판정 |
|---|---|---|
| 판단 주체 | 유 관장 본인의 감정 |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 |
| 필적 비교 | 비교할 박원근 유품이 전무 | 박중양 필적과 대조해 획 처리 방식 등 유사 |
| 문헌 | 인명사전 검색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2009) |
| 기타 | 소장자의 전언 | 장황이 근대 일본식 표구 방식 |
출품 전 근거는 한겨레가 전한 박물관 답변자료(한겨레)와 MBC 보도(MBC)에 나온다. 9월 판정 근거는 머니투데이가 뉴스1을 인용해 전한 검증 결과(머니투데이)에 있다.
출품 전에는 비교 대상 없이 서명·문헌 검색·소장자 말에 기댔고, 9월에는 필적·문헌·표구 방식을 교차했다는 대비는 이 글의 정리다.
뉴시스는 박물관이 전시 전 박원근의 독립 관련 내용 등을 검토했지만 “지질 분석 등 과학적 분석을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이 매체에 “박원근 지사가 남긴 다른 유품이 하나도 없어 무엇과 비교해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뉴시스).
출품 경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나왔다.
- 박물관 답변서: 영규대사의 문구를 전시에 활용하기로 결정한 뒤 관장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작품을 빌렸다(주간경향).
- 유 관장(서울경제): 전시는 자신이 “취임하기 2년 전부터 기획됐다”며, 기획팀이 영규대사의 언급을 활용하자고 했고 마침 자신이 그 작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서울경제).
검증 책임에 대해 그는 “전시 작품의 검증은 상설전은 학예실에서 하고 특별전은 기획팀에서 한다”며 “이번 기획팀에서 (제 작품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서울경제).
인력 사정도 밝혔다. 유 관장은 “현재 국립박물관에는 학예 분야 전문가가 215명 있지만, 이 중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사를 전공한 사람은 0명이고 서예 전공자는 겨우 1명”이라고 답했다(서울경제).
5만원·30만원·865점, 숫자마다 말한 사람과 뜻이 다르다
| 숫자 | 무엇인가 | 누가 밝혔나 |
|---|---|---|
| 1만원 | 2019년 경매 시작가 | 언론 보도 |
| 5만원 | 최종 낙찰가 | 언론 보도 |
| 30만원 | 유 관장이 경매에서 써냈다는 금액 | 유 관장 |
| 30만원 | 출품 동의서의 보험 평가액 | 유 관장 |
| 865점·27억 원 | 부여군 미술관 건립을 위해 이미 기증했다는 작품 규모 | 유 관장 |
경매가는 연합뉴스, 응찰 금액과 기증 규모는 서울경제, 보험 평가액은 프레시안 보도에 근거했다.
유 관장은 “원래 1만 원부터 시작하는 유물 경매였는데, 저는 30만 원을 써냈고 결국 5만 원에 낙찰됐다”고 설명했다(서울경제). 두 30만원은 각각 응찰 금액과 보험 평가액으로, 서로 다른 항목이다. 보험 평가액은 파손·도난 등 사고에 대비해 받을 수 있는 한도 금액이다(연합뉴스).
기증과 관련한 시점·수량은 보도마다 이렇게 적혀 있다.
- 서울경제: 유 관장은 “지난 2016년 부여군과 협약을 맺고” 865점, 평가액 27억 원 규모를 기증했다고 말했다(서울경제).
- 연합뉴스: 유 관장이 “2019년부터 충남 부여문화원에 860여 점의 유물을 기증한 점”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2016년 협약과 ‘2019년부터’라는 기증 시점이 어떤 관계인지, 865점과 860여 점이 같은 기증을 가리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시로 개인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세탁’ 의혹도 나왔다. 유 관장은 이 작품이 이미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작품 값을 올리기 위해 전시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출품 동의서의 자기 이름 앞에 대리 서명을 뜻하는 ‘대(代)’ 자까지 적었다고 설명했고, 서울경제는 이를 “이미 다음 소장자가 정해져 있었다는 의미”로 풀었다(서울경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전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제 속마음에는 순수한 동기가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머니투데이).
‘관장 찬스’ 지적엔 반박했지만 검증 미흡은 인정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기획 단계에 없던 개인 소장품이 ‘관장 찬스’로 전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주간경향). 유 관장은 “미술사가로서 유홍준을 직원들이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앞선 질의에서는 “작품이 다른 사람의 소장품이었어도 전시에 출품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서울신문).
서울경제는 같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관장 소장품이어서 ‘프리패스’된 것 아니냐고 묻자 유 관장이 “부인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그가 특별전 전시 유물에 대한 “박물관의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전했다(서울경제).
두 보도를 함께 읽으면, 유 관장이 다툰 것은 지위를 이용했다는 성격 규정이고 검증이 허술했다는 점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 글의 해석이다.
국감 전 한겨레는 관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자신의 추천으로 출품한 것 자체가 국제박물관협회 윤리강령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강령이 박물관 종사자의 전문적 성실성은 어떤 사적 이익이나 행동으로도 훼손돼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는 이유다(한겨레).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은 ‘시스템 재정비’였다
조은희 의원은 “사퇴하셔야 됩니다. 사퇴해야 될 사람의 업무보고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MBC).
거취 요구에 대한 대응을 매체들이 서로 다르게 요약했다.
- 경향신문: 사퇴 요구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책임 질문에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경향신문).
- 서울신문: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시스템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서울신문).
- 서울경제: 박물관 명예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서울경제).
재발 방지 계획도 나왔다. KPI뉴스에 따르면 박물관은 박중양 글씨로 결론을 낸 뒤 전시품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근현대사 전문가 풀(pool)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KPI뉴스).
기증 약속과 재정비 계획,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부분
- 기증 이행: 유 관장과 박물관은 이 글씨를 부여에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증 여부와 판명 이후 계획 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재정비의 내용: ‘시스템 재정비’로 무엇을 언제까지 바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출품 결정의 내부 경위: 국감 전 한겨레는 유 관장이 전시기획을 맡은 학예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며” 출품작으로 올렸는지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전했다(한겨레). 국감에서는 기획팀이 하자고 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그 과정을 보여 주는 내부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 거취: 국민의힘은 사퇴를 요구했으나 거취에 관한 결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 유족에 대한 설명: KPI뉴스는 박물관이 박원근 유족에게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KPI뉴스). 이행 여부와 국감 이후 유족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안을 따라가려면 무엇을 보면 되나
- 10월 25일 특별전 종료: ‘우리들의 밥상’은 10월 25일까지로 안내됐다(머니투데이). 종료 시점 전후로 박물관의 추가 안내가 나오는지 살필 만하다.
- 박물관 누리집 공지: 박물관은 앞서 검증 미흡 사과문을 누리집에 발표했다(머니투데이). 재정비나 기증 관련 후속 공지가 나온다면 같은 경로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 숫자는 말한 사람과 함께 인용: 865점·27억 원 기증, 30만원 응찰은 유 관장 본인의 발언이다. 보험 평가액 30만원도 그가 출품 동의서 기재 내용으로 밝힌 값이다.
관련 글: 5만원 낙찰 유묵, 본인 소장품에 ‘대(代)’ 서명…유홍준 국감서 사과
참고 자료
- 경향신문 · 유홍준 관장 국정감사 답변 기사
- 주간경향 · ‘5만원 유묵 셀프 전시’ 논란 유홍준 “친일파 글씨 확인 후 부끄러워 ‘내 소장품’ 안 밝혀”
- 머니투데이 · 친일파 글씨 전시하고도 ‘내 것’ 말 안한 유홍준…“실수 공개 주저”
- 머니투데이 · 유가족들 예까지 올렸는데…국중박 전시 애국지사 작품, 친일파 글씨였다
- 한국경제 · ‘친일파 글씨’ 전시 사과한 유홍준…“부끄러워 솔직하지 못해”
- 서울신문 · ‘친일파 글씨 전시’ 사과한 유홍준… “국중박 신뢰 무너뜨려”
- 프레시안 · 유홍준, ‘친일파 글씨 전시’ 논란에 “사회적 물의 일으켜 죄송”
- MBC · 친일파 글씨 ‘셀프 전시’한 유홍준 “제가 전공자라‥”‥국감장서 또 사과
- 연합뉴스 · ‘친일파 글씨’ 논란에…유홍준 “전공자라 확신, 깊이 뉘우쳐”(종합)
- 서울경제 · ‘친일파 유물’ 논란에 유홍준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워”…“명예 회복할 것” 사퇴는 일축
- 한겨레 · 유홍준, 국중박 ‘셀프 출품’ 논란…친일파 글씨인 줄 몰랐다며 내렸지만
- KPI뉴스 · 기자의 눈: ‘세계 3위’ 국중박, 친일파 글씨도 못 가려냈다
- 뉴시스 · 독립운동가 글씨인 줄 알았는데 친일파?…유묵 ‘신원’ 확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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