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아론 부자 첫 방한, ‘그래비티’ 협업과 신작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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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과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처음 한국을 찾아 8일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함께 섰다. 호나스의 신작 ‘가바초 챔피언’이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고, 알폰소는 이 작품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한국일보

이번 만남에서는 아들에게 영화의 길을 말렸던 아버지의 이유와, 두 사람이 ‘그래비티’ 각본을 함께 쓰게 된 과정이 공개됐다. 알폰소는 아들이 자신의 영화 언어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가족의 영향이 창작 동료 사이의 교류로 이어진 구체적인 이야기다. 시사위크

관객에게는 익숙한 ‘그래비티’를 공동 창작의 관점에서 다시 보고, ‘가바초 챔피언’을 감독의 의도에 비춰 살펴볼 기회다. 아래에서는 진로를 말린 이유, 협업에서 맡은 역할, 신작과 한국 영화에 관한 발언을 따라가며 작품을 읽을 기준을 짚는다. 감독이 설명한 의도와 작품에 대한 판단은 구분한다.

영화를 말린 이유에는 넓은 시야와 창작의 고통이 있었다

알폰소가 직접 설명한 진로 만류의 이유를 나타낸 개념 일러스트
본문 내용을 정리한 개념도 · AI 생성

알폰소가 아들에게 영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은 그 이유까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시사위크가 전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들이 문화적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갖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만 계속 참고하다 보면 삶 자체보다 삶을 그린 영화를 기준으로 삼을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시사위크

그가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세상을 보는 범위를 넓히기: 아들이 문화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넓혔으면 했다는 바람이다.
  • 창작의 고통에 대한 염려: 영화를 만들며 겪는 실패와 좌절, 꿈이 짓밟히는 느낌을 아들은 겪지 않았으면 했다는 설명이다. 시사위크

그렇다고 어린 호나스의 생활에서 영화가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호나스는 아버지와 많은 영화를 봤고 촬영 현장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알폰소는 아들이 세트장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영화를 보는 경험과 영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문제에 대한 태도가 함께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사위크

호나스는 영문학과 시각예술을 공부했고 사진 작업도 했다. 그는 내러티브와 이미지, 사운드, 음악 등 여러 예술적 영감이 모여 결국 영화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로는 호나스 자신의 회고이며, 다른 창작자에게도 같은 공부 순서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은 아니다. 시사위크

이 글의 해석으로는, 이 일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진로 반대와 영화에 대한 애정이 한 가족 안에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영화를 보여주면서도 영화 밖의 삶을 보기를 원했다. 이를 영화 전공의 불필요함이나 부모의 반대가 성공을 만든다는 교훈으로 일반화하기보다, 알폰소가 밝힌 우려의 범위 안에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비티’는 아들의 각본을 읽은 아버지의 구상과 두 사람의 브레인스토밍에서 확장됐다

호나스의 회고에 따른 공동 각본의 발전 순서를 나타낸 개념 일러스트
본문 내용을 정리한 개념도 · AI 생성

‘그래비티’의 공동 집필은 이름만 함께 올린 협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호나스는 자신이 쓴 거리 배경의 스릴러 각본을 아버지가 읽고 콘셉트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무대를 우주로 옮기는 발상이 나왔다. 시사위크

호나스의 회고를 작업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다.

  1. 호나스가 거리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각본을 썼다.
  2. 알폰소가 각본을 읽고 콘셉트에 관심을 보였고, 두 사람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3.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우주를 무대로 삼는 아이디어가 나와 ‘그래비티’ 공동 작업으로 이어졌다. 시사위크

이 순서는 착상의 출발점을 설명한다. 누가 최종 각본의 어느 장면을 얼마나 썼는지까지 알려주는 작업 명세는 아니다. 따라서 아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을 곧바로 작품 전체의 기여도 비율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다.

알폰소는 공동 작업을 할 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차치하고 연출자와 작가가 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관계와 작업에서 맡은 역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작품 페이지에도 알폰소는 감독으로, 알폰소와 호나스는 각본가로 올라 있다. 시사위크 · 부산국제영화제

영향의 방향도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향하지 않았다. 알폰소는 호나스가 자신과 다른 고유한 영화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자신의 영화 언어를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호나스는 아버지와 작업할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시사위크

이 글의 해석으로는, 두 사람의 협업을 이해하는 핵심은 닮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인정하면서 각본과 연출의 문제를 함께 풀었다는 당사자들의 설명에 있다. 이는 협업 방식에 관한 해석이며, 그 방식이 수상이나 흥행을 낳았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두 작품에서 부자가 맡은 역할부터 구분하면 이해가 쉽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두 사람이 함께 언급되지만, 작품마다 역할은 다르다. ‘그래비티’는 알폰소가 연출하고 부자가 각본을 함께 쓴 작품이다. ‘가바초 챔피언’은 호나스가 연출한 신작이며 알폰소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 한국일보

작품알폰소 쿠아론호나스 쿠아론
‘그래비티’감독·공동 각본공동 각본
‘가바초 챔피언’프로듀서감독

역할 표의 근거는 ‘그래비티’ 공식 크레디트와 ‘가바초 챔피언’을 소개한 보도다. 부산국제영화제 · 한국일보

공동 작업 이후의 작품 활동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알폰소는 ‘로마’를 연출했고, 호나스는 ‘디시에르토’와 ‘내 친구 추파카브라’ 등을 연출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아버지의 대표작에 참여한 경력과 아들이 감독으로 만든 작품은 서로 다른 역할의 기록이다. 시사위크

중앙일보는 호나스의 ‘디시에르토’를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사막에서 무장한 미국인에게 쫓기는 생존극으로 소개했다. 같은 기사에서 ‘가바초 챔피언’은 미국으로 건너간 멕시코 청년이 차별과 빈곤을 극복하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이 보도는 두 작품을 생존이라는 관심사 안에서 연결해 읽는다. 중앙일보

호나스는 “생존 이야기는 아주 명확하고 직선적인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기준으로 하면 생존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방식이기도 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소재가 이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각 작품의 연출이나 완성도가 같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

관객에게 유용한 구분도 여기에 있다. ‘그래비티’에서는 공동 각본의 출발과 알폰소의 연출을, 호나스의 연출작에서는 그가 직접 선택한 인물과 이야기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글이 제안하는 감상 기준이다. 가족관계를 아는 것에 더해 작품별 역할을 확인하면, 누구의 어떤 선택을 보고 있는지 질문이 구체화된다.

‘가바초 챔피언’은 고난 속에서도 꿈꾸는 이민자를 보여주려 한다

‘가바초 챔피언’의 주인공 리보리오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 청년이다. 영화는 그가 혹독한 노동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설정은 작품의 줄거리이며, 실제 이민자 전체의 삶을 대표하는 통계적 설명과는 구분해야 한다. 시사위크

호나스는 이민을 개념이나 숫자로만 보여주기보다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난을 지우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난을 겪는 인물에게도 꿈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담으려 했다는 창작 의도다. 시사위크

감독이 설명한 초점은 다음과 같다.

  • 고난과 역경: 인물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이 이야기 안에 존재한다.
  • 열망과 사랑: 어려움 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싶은 꿈과 사랑을 가진 인물로 보여주려 한다.
  • 공동체와 성장: 타인이 붙인 낙인에 갇히지 않고 주변 공동체와 함께 꿈을 이뤄가는 성장 이야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사위크

알폰소도 이민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비극을 주로 떠올리지만 그 안에 즐거움과 공동체를 만들려는 열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작이 그런 것들을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이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알폰소의 작품 평가이므로, 감독의 의도와 별개로 독립적인 관객 평가까지 확보됐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시사위크 · 한국일보

이 글이 제안하는 감상 질문은 구체적이다. 리보리오가 피해를 겪는 장면뿐 아니라 무엇을 바라고 누구와 관계를 맺는지도 살펴보는 것이다. 꿈과 공동체가 인물의 행동으로 드러나는지 확인하면, 감독이 설명한 의도가 영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알폰소는 모든 영화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적 메시지를 담게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말은 감독의 영화관이다. 작품 속 인물의 삶, 창작자가 밝힌 정치적 관점, 현실 정책의 효과에 대한 검증은 각각 다른 층위에 놓고 읽어야 한다. 시사위크

한국 영화에서 호나스가 짚은 것은 장르·주제·유머였다

호나스가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 이유도 구체적이다. 그는 사회적 주제를 장르 안에서 이야기하면서 유머까지 녹여내는 점에 존경을 표했다. ‘괴물’, ‘기생충’, ‘호프’, ‘어쩔수가없다’를 언급하며 장르를 통해 관객과 연결되고 주제의식이 확고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시사위크

그가 높이 평가한 요소를 나누면 다음과 같다.

  • 장르: 관객과 연결되는 이야기의 장치.
  • 주제의식: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분명한 관심.
  • 유머: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함께 담아내는 감각. 시사위크

이 발언은 한국 영화 전체에 대한 객관적 순위나 평가 결과가 아니다. 호나스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취향과 창작관의 설명이다. 언급한 작품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장르와 유머를 사용한다고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다.

관객은 이 설명을 감상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다. 영화가 어떤 상황으로 관심을 붙잡는지,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지, 유머가 인물을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이는 그의 발언에서 출발한 이 글의 해석이며, 개별 작품의 특정 장면을 이미 분석한 결론은 아니다.

이렇게 읽으면 좋아하는 작품의 목록을 외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감독이 다른 영화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를 파악한 뒤, 자신의 작품에서는 그 관심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영화에 대한 호감만으로 ‘가바초 챔피언’이 특정 한국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극장과 다른 관람 방식의 공존은 알폰소의 전망이다

알폰소는 기자회견에서 “극장 관람이 다른 형태의 관람 방식과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관람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는 이를 극장 관람이 남기를 바라는 희망으로도 전했다. 연합뉴스

이 발언은 극장 관람의 미래에 관한 감독의 전망이다. 극장 수요나 다른 플랫폼의 이용량을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관객이 영화를 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과, 그 안에서 극장 경험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비티’의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그가 중시하는 관람 경험을 이해할 구체적인 단서를 준다. 글을 쓴 박가언은 큰 화면, 길게 이어지는 롱테이크, 가쁜 숨소리와 침묵을 살리는 사운드 디자인을 작품의 몰입 요소로 설명했다. 이는 영화제 프로그램의 비평적 해설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이 글의 해석으로는, 이 설명을 바탕으로 ‘그래비티’를 볼 때 화면의 크기만 따지기보다 시선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 소리와 침묵이 인물의 상태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극장에서의 체험을 강조하는 말이 어떤 표현 요소를 가리키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프로그램 노트가 묘사한 몰입감을 모든 관객이 똑같이 느낀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또한 극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발언 자체가 다른 관람 방식의 가치를 부정하는 말도 아니다. 알폰소가 직접 제시한 전망은 여러 관람 경험의 공존이다. 연합뉴스

관람 기록과 앞으로의 계획은 나눠 확인해야 한다

부산 방문 소식을 읽고 상영이나 대담을 찾는다면, 이미 진행된 행사와 앞으로의 계획을 먼저 구분하는 것이 좋다. 영화제 작품 페이지에 남은 일정은 해당 회차의 기록을 확인하는 데 쓸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지금 참석할 수 있는 행사를 뜻하지는 않는다.

확인할 항목기록·발언의 상태근거
‘그래비티’ 아이맥스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진행 사실을 보도연합뉴스
알폰소의 마스터 클래스진행 결과와 현장 반응을 보도중앙일보
알폰소의 호러 차기작호러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설명연합뉴스

마스터 클래스의 경우 보도 시점에 따라 문장의 상태가 달랐다. 연합뉴스 기사는 알폰소가 이날 마스터 클래스로 일정을 이어간다고 예고했다. 중앙일보는 그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예비 영화인들의 질문을 받은 현장을 보도했다. 앞선 예고와 뒤의 행사 결과를 구분해 읽을 수 있는 사례다. 연합뉴스 · 중앙일보

차기작에 대해서는 알폰소가 “조금 조심스럽게 천천히 호러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집필 중이라는 본인의 설명이다. 이 발언을 촬영 시작이나 개봉 확정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된다. 연합뉴스

‘가바초 챔피언’을 보고 싶다면 영화제의 작품별 상영 안내와 국내 개봉·온라인 공개 정보를 각각 확인할 항목으로 삼으면 된다. 월드 시네마 초청 사실은 영화제에서의 소개를 뜻한다. 그것만으로 일반 극장이나 온라인에서 언제 볼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일보

작품을 본 뒤에는 감독의 설명을 정답으로 삼기보다 비교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동 각본이 어떻게 인물의 생존을 조직하는지, 신작이 고난 속에서도 인물의 열망을 보여주는지, 영상과 소리가 관객의 경험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 글이 제안한 감상법의 목적은 창작자의 말을 알고도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남겨두는 데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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